주변에 왜 이리도 갑상선암에 걸린 사람이 많은지 그 수수께끼가 풀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 환자는 지난 30년 동안 30배나 늘었고, 2011년 기준으로 국내 갑상선암 발생률은 세계 평균의 10배나 된다. 세계 의학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 이유를 8명의 의사가 밝히고 나섰다. 의료기관이 검진센터의 수익을 노리고 치료가 불필요한 갑상선암 환자를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자신의 직업적 이해와 상충하고 병원에서 입지를 줄일 터인데도, 용기있는 발언을 해준 의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과잉진료가 갑상선암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척추 수술 환자의 경우도 1999년 1만5000명 정도 하던 것이 2010년 10만368명으로 10년 남짓한 사이에 6배 넘게 증가했다. 척추질환이 마치 유행성 독감처럼 번진 것이다. 내성을 키우는 항생제와 주사제 남발은 많이 알려진 얘기다. 제왕절개 분만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단순 타박상 환자에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촬영을 권유하는 것도 다반사다.
모두 돈벌이 때문이다. 대부분의 병원, 심지어 지방의료원이나 국립대학병원에서도 ‘매출’을 늘리는 의사에게 일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의사들로서는 환자를 그냥 돌려보내는 것보다 검사라도 하나 더 받게 하는 게 병원 매출에도 도움이 되고, 자신의 인센티브도 올리는 길이 된다.
문제는 이들이 돈만 강탈해 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갑상선암의 경우 불필요한 진단으로 암 환자가 되면, 갑상선을 제거하는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고 이후 평생 갑상선 호르몬을 먹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혈압 강하제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약은 생명을 단축할 위험도 높일 수 있다. 심지어 합성 비타민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의료가 돈벌이로 전락하고 있는 길목에서 환자의 건강과 의사의 이해관계가 불길한 길항관계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근 ‘의료 영리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의료 영리화 정책은 돈 가진 사람들이 병원에 투자를 해 환자를 대상으로 무제한의 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과잉진료가 더욱 남발될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우선 의료 영리화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본 설계도를 다시 짜야 한다. 당장 시급한 건 과잉진료를 일삼는 병원에 대한 철저한 감시다. 명백한 과잉진료 행위를 남발하면서도 개선의 노력이 없는 의료기관에는 건강보험 급여 삭감 등 강력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때로는 병원 인증도 취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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