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꼬지(엠티)는 대학문화와 자치활동의 상징과도 같다. 힘겨운 입시 관문을 뚫고 나온 신입생들에게는 성인으로서 대학의 자유를 처음 맛볼 기회가 모꼬지다. 경험이 앞선 선배들이 모꼬지에서 주는 도움은 대학생활의 낯섦과 혼란을 단축시켜줄 수 있다. 또 허물없이 어울리는 모꼬지는 학과 동무끼리 친해질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사회에 대한 눈을 뜨게 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도 선후배가 함께하는 모꼬지의 좋은 점이다.
그러나 모꼬지에 긍정적인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동안 여러 폐해와 문제가 지적돼왔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가 ‘즐거운 엠티 만들기 연구발표회’를 열고 자료집을 낸 것은 그래서 반갑다. 특히 모꼬지의 주체인 학생들이 연구팀을 꾸려 모꼬지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모꼬지 문화의 잘못된 모습으로는 ‘음주 강요’가 많이 꼽혀왔는데, 이번 학생들의 조사에서도 역시 음주 강요가 어김없이 나왔다. 못 마시는 술을 선배의 강압 때문에 마시다가 목숨을 잃는 일이 신입생 모꼬지철이면 터지곤 한다. 음주 강요는 우리 사회의 낡은 권위주의 문화의 잔재다. 술을 억지로 마시게 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 젊은 학생들이 어우러지는 탓에 모꼬지가 성희롱·성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도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이 성희롱·성폭력이다. 학생 연구팀이 “성적 문화에 대한 개방 정도, 성적 불편함에 대한 민감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하면서 학생들에게 성적인 문제의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그런 점에서 특히 눈에 띈다.
이번 연구가 현상 진단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인권지침’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불편한 상황에 처했을 때 ‘눈 찌푸리기’를 하자고 제안한 것은 모꼬지 현장에서 즉각 실천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보인다. 불편함을 겪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함께 눈을 찌푸림으로써 이 상황이 인권에 반하는 것임을 알아채게 하는 것이다. 모꼬지 인권지침을 널리 공유해 대학생 모꼬지가 유쾌하고 유익한 경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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