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전국 시·군·구에서 관리하는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활용해 시민의 일상생활을 무차별적으로 감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 사생활과 안전을 지켜줘야 할 경찰이 위법적 행위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자행해온 셈이다. 중요한 정보기반시설인 시시티브이가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위험을 적나라하게 일깨워준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실과 진보네트워크가 전국 지자체 101곳의 통합관제센터를 전수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전국 어디에나 촘촘히 설치되어 있는 시시티브이를 24시간 들여다보는 통합관제센터에 경찰이 뚜렷한 법적 근거도 없이 상주하며 범죄 혐의자 식별이나 증거 수집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집회와 시위를 감시할 목적으로 경찰이 시시티브이를 악용한다는 의혹도 여러 건 제기된 바 있다. 경찰은 교통혼잡과 사고예방을 위한 조처였다고 설명하지만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시시티브이의 설치는 물론, 시시티브이를 통해 수집한 영상정보의 활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시시티브이를 통한 촬영도 방범용, 교통관제용, 학교폭력 예방용 등으로 목적별 관리체계가 명확하다. 방범용이라도 범죄의 수사나 공소 제기의 필요성이 인정된 때에만 수집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 경찰은 지자체가 관리권을 가진 통합관제센터에 마음대로 들락거리며 시시티브이 모니터를 들여다보는가 하면, 범죄 혐의자 색출과 증거 수집을 한다며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임의로 조작까지 하고 있다. 이는 경찰이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지목하고 24시간 국민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더 놀라운 사실은 경찰의 이런 위법적 활동이 대부분 지자체와 관할경찰서 간에 맺어진 업무협약을 근거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시티브이에 대한 법적 제한을 개별 지자체와 경찰서가 서로 합의했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로서는 시시티브이가 범죄 혐의자나 불순분자를 색출하고 식별하는 수단으로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시시티브이에 찍히는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은 어떤 국가기관도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 되는 사생활이며 개인정보다. 사생활 감시와 개인정보 조회는 국민 기본권 침해다. 시시티브이 정보의 활용은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이라는 원칙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또한 법에 명시된 범위에서 제한적으로만 활용돼야 한다. 비민주적이며 위법적인 경찰의 시시티브이 활용 관행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