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청와대 회의 이후 규제완화가 중요한 사회 의제로 떠올랐다. 정부가 후속조처를 취한다며 정리되지 않은 구상들을 쏟아내고, 민간 경제단체는 이참에 각종 민원을 해결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기는 하나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분위기를 타고 규제완화가 지나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리되면 단기적으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 키우기와 후생 늘리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되풀이할 나위가 없다. 기능이 다해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 대신, 그렇지 않은 것은 계속 두거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규제완화의 옥석 가리기, 규제체계의 합리화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흐름을 보면 이런 원칙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실제로 정부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뒤로 물릴 뜻을 내비쳤다. 2013년 하반기에 시행하려다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2015년 1월로 시기를 늦춘 바 있는 제도다. 이번에는 한술 더 떠 기준 자체를 대폭 완화해주려는 낌새를 보이고 있다. 풍력발전소의 환경영향평가 대상을 줄여주려는 움직임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문제가 적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설문조사 결과 따위를 앞세워 정부에 필요한 규제까지 없애라고 압박을 가할 기세다.
논란이 된 정부의 구상들이 아직 정책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를 내고 모으는 단계로 논의과정을 더 거칠 것으로 생각한다. 또 정부가 경제단체의 요구를 모두 다 들어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규제완화가 과도하게 진행될까 봐 걱정하는 게 너무 앞서가는 얘기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대체로 전에 어떤 결말에 이르렀는지를 생각하면, 결코 군걱정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심을 잘 잡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규제 합리화를 맡을 기구를 잘 갖출 필요가 있다. 새 조직을 만들지 않는다면 지금의 규제개혁위원회를 재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들 위주에서 벗어나, 관련 학계와 시민·노동단체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야 절차의 정당성과 내용의 충실성을 확보할 수 있다. 논의가 생산적이 되도록 전문적인 분석기구를 두어 뒷받침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 대통령 말대로 “규제개혁의 목표를 분명히 해서 불필요한 규제와 꼭 필요한 규제를 균형있게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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