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가격을 놓고 교육부와 출판사가 결국 정면충돌하고 말았다. 정부가 27일 교과서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강제로 값을 내리라고 하자 출판사는 교과서 발행과 공급 중단으로 맞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교과서 출판사들 쪽에 있다. 교과서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6325원이던 것이 올해는 1만995원으로 70% 이상 올랐다. 출판사 쪽은 종이나 인쇄 등에서 투자가 많이 이뤄져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말한다. 또 가격 인상에는 <교육방송>(EBS) 교재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출판사들이 그동안 교과서를 팔아 이익을 남긴 게 아니라 그에 딸린 참고서를 판매해 수익을 올려왔는데, 참고서 시장을 교육방송 교재가 독점하다 보니 교과서 값을 올려 이윤을 남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라도 너무 올랐다. 교과서는 비싸다고 사지 않을 수 있는 품목이 아니다. 교과서 값을 한해에 두배 가까이 올린다는데 이를 선선하게 받아들일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 가격 논란의 근본 원인은 정부가 제공했다. 2009년의 ‘교과서 가격 자율화 정책’과 2010년의 ‘교과서 선진화 방안’이 그것이다. 정부는 이 정책에 대해 “이제 출판사는 교과서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 질 높은 교과서를 내놓는 만큼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고 발행사 사이의 경쟁도 촉진됐다”고 자화자찬했지만, 결과는 가격 급상승이었다. 값이 오르자 교육부 장관 직권으로 교과서 가격 조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급히 개정하고,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아침저녁으로 정책을 뜯어고치니, 행정의 신뢰성은 땅에 떨어졌다. 무조건적인 규제완화가 어떤 결과를 빚는지 좋은 사례를 보여줬을 뿐이다.
당장 시급한 건 교과서 공급 중단을 푸는 일이다. 서로 머리를 맞대 가격 인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찾아 해결해야 한다. 마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적정 가격을 산정할 공동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교과서 가격 자율화 정책을 보완하고, 교과서 질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와 관련 출판단체, 교원단체,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교과서 판매망도 점검해야 한다. 교과서 가격 인상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판촉비용이 지나치게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교과서 계약을 따내기 위해 총판 대리점들이 학교에 치열한 로비를 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향응 등을 제공하는 불법비리 영업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철저한 감시와 엄정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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