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 뒤부터 해 뜨기 전까지 일체의 야간 옥외집회와 시위를 금지했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0조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했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야간시위 금지 규정에 대해 “해가 진 뒤부터 자정까지의 시위까지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앞서 헌재는 2009년 9월 야간 옥외집회 금지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했고, 이 부분 규정은 이미 효력을 상실했다. 이번 결정이 더해짐으로써 촛불집회 등 국민의 정당한 의사 표현을 부당하게 제재하는 데 동원됐던 잘못된 규정이 힘을 잃게 됐다.
헌재의 결정은 늦었지만 당연한 것이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 작동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 중 하나다. 집회·시위를 통해 시민들은 의견과 주장을 표출하고, 집단적 의사 표현으로 여론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소수집단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사회의 지속과 안정을 보장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집회·시위를 사회 안정성을 위협하는 것으로만 보고 탄압과 규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그런 점에서 전근대적 발상이다. 헌재 결정은 그런 잘못을 바로잡고 표현의 자유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이번 결정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헌재는 ‘해가 진 뒤부터 자정까지의 시위 금지’는 도시화·산업화가 진행된 현대사회에선 지나친 제한이고 직장인·학생 등의 집회의 자유를 박탈하는 결과가 된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자정부터 해 뜨기 전까지의 시위’는 규제할 만한 이유가 있다며 입법자의 판단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 구분은 어색하다. 굳이 자정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 이유가 없거니와, 입법부가 정할 기준까지 헌재가 정하는 것도 이치에 어긋난다. 시간 제한 없이 야간시위를 허용한다고 해도 주간시위와 마찬가지로 통제를 받을 것이니, 시간대를 정해 규제할 일이 아니다.
헌재가 2009년 12월 위헌제청된 사건에 대해 5년 만에야 결정을 내린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야간 집회·시위 때문에 기소됐다가 헌재 결정을 기다리느라 재판이 보류된 사건이 100여건에 이른다고 한다. 2010년 7월 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이 실효된 이후에는 경찰이 야간 집회에 대해 ‘한 발짝만 움직이면 야간 시위가 되니까 처벌하겠다’며 위협한 일도 한두번이 아니다. 위헌적 상태를 방치함으로써 그만큼 국민 기본권 침해가 계속된 것이다.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면 국회부터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관련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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