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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규제완화 후속조처, 내용·절차 모두 문제있다

등록 2014-03-27 19:00

정부가 27일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규제완화 후속조처 계획을 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민관합동회의를 연 지 일주일 만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라는 말을 되새기기라도 한 듯, 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청와대에서 집중 논의된 52건의 현장건의 규제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 27건, 하반기에 14건을 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많은 사안이 들어 있다. 내용에서 쉽사리 동의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서둘러 ‘쇠뿔’을 빼려고 하다가 ‘소’를 죽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부가 연내에 추진하겠다는 규제완화 방안 가운데 위험스러운 것은 원격진료와, 학교 근처 호텔 허용이 대표적이다. 원격진료의 경우 오는 10월까지 시범사업을 벌인 뒤, 그 결과를 토대로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이 원격진료가 의료 영리화의 길을 열면서 의료의 공공성을 해칠 수 있음은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진료효과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와 얼마 전 ‘6개월 시범사업 시행’에 합의했다고 해서 추진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학교 주변의 호텔은 교육환경을 나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대한항공이 지으려는 서울 송현동 호텔 주변에는 학교가 3개나 있어서 더 그렇다. 경복궁과 인접해 있어 역사와 문화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동의하기 쉽지 않다.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등도 그냥 두고 보기 어렵다.

이들 사안은 그동안 반대 의견이 많아 정부가 함부로 추진하지 못한 것들이다. 그런데 청와대 회의를 계기로 규제완화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어느 정도 조성됐다고 보고 이에 기대어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다. 청와대 ‘끝장 토론’이 이를 위한 장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정부의 후속조처 계획에 긍정적으로 평가할 내용이 적지 않음에도 말이다. 튜닝규제 완화, 푸드트럭 허용, 인증 중복 개선, 뷔페영업 거리제한 폐지 따위가 그것이다.

정부가 일을 풀어가는 절차도 수긍하기 어렵다. 개개의 규제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마련이다. 그런 만큼 규제의 피당사자뿐만 아니라 규제의 필요성을 내세우는 사람들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를 위한 실무 차원의 비용-편익 분석이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고 있다. 투자와 고용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집착한 나머지 장기적인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이 말한 ‘규제의 합리화’가 한쪽만을 위한 ‘합리화’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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