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이 우리에게 준 선물에는 ‘컬링의 발견’도 있다. 맷돌처럼 생긴 매끈한 돌멩이(스톤) 앞을 빗자루 모양의 브룸으로 쓸어대는 생소한 경기에 처음에는 ‘이게 뭐냐’ 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곧 사람들은 컬링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초롱초롱한 눈빛의 여자 컬링 대표들 경기를 지켜보면서 우리 국민은 손에 땀을 쥐었다. 그런데 막 뜨거워지기 시작한 컬링 사랑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일어났다. 국가대표로 뛴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이 폭언, 성추행, 기부금 강요 등을 받았다며 한꺼번에 사표를 낸 것이다.
경기도가 선수들과 해당 코치를 면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선수들의 주장이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은 코치가 훈련 때 폭언을 했고 성추행 발언을 했으며 포상금 일부를 기부하라고 강요했다고 밝혔다. 해당 코치는 폭언이나 성추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게 느꼈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기부금 강요에 대해서는 중·고교 컬링팀 형편이 어려우니 각자 100만원씩 희사하자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코치는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했고 경기도체육회는 코치를 해임하기로 했다. 체육회가 서둘러 사태해결 의지를 보인 건 일단 긍정적이다.
우리나라 컬링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등록 선수는 700명 정도이며 전용 경기장은 두 곳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경기도 컬링팀은 국가대표로 뛰면서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였다. 2012년 세계선수권 4강에 올랐고, 소치 올림픽에서는 새바람을 일으키며 컬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였다. 지난 25일 폐막한 2014 세계선수권에서도 4강에 오르는 투지를 발휘했다. 경기도 컬링팀이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고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마당에 이런 일이 터졌으니 당사자도 국민도 상심이 클 수밖에 없게 됐다.
그동안 체육계는 툭하면 폭력·성추행 문제로 시끄러웠다. 지난해에 역도 국가대표팀 총감독이 성추행 의혹을 받고 물러난 일이 있으며, 지난 1월에는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가 성추행 혐의로 태릉 선수촌에서 퇴출당하기도 했다. 선수 인권을 침해하는 이런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메달과 순위 경쟁에 목을 매는 체육계 풍토와 관련이 있다. 무슨 일을 하든 목표만 이루면 된다는 목표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한 인권 보호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체육계는 이번 컬링 사태를 체육계 전반의 인권감수성을 획기적으로 키우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내달에는 국가대표팀 선발전이 열린다고 하니 선수들이 마음을 추스르고 빨리 제자리로 돌아와 훈련에 집중하도록 후속 조처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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