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통일대박론의 한계 보여준 ‘드레스덴 연설’

등록 2014-03-28 20:45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동독 드레스덴 공대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을 발표했다. 자신이 올해 초부터 부각시켜온 통일대박론을 구체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내용은 미흡했다. 정부는 내실 없는 통일담론을 확산시키기보다 좀더 실질적인 대북정책 수립에 힘을 쏟기 바란다.

드레스덴 연설에서 제시한 대북 제안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북쪽의 산모와 유아를 지원하는 ‘모자 패키지 사업’, 북쪽 지역에 복합농촌단지 조성 지원, 나진 하산과 신의주 등의 국제협력 사업, 역사연구·문화예술·스포츠 교류 장려,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 조성 등이다. 이런 사안들을 비핵화와 연계시키지 않고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일정한 진전이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서 신뢰 구축 과정에 해당하는 내용을 처음으로 내놓은 셈이다. 북쪽의 국제금융기구 가입과 국제투자 유치 지원 등 비핵화가 이뤄질 경우의 제안도 있지만 먼 훗날의 일이라 당장은 별 의미가 없다.

이번 제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북쪽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내용이라는 점이다. 북쪽이 가장 바라는 것이 뭔지를 생각하지 않고 남쪽에서 하고 싶은 내용만 나열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북쪽이 가장 필요로 하는 비료·쌀 지원 등은 빠졌다. 5·24조치 완화·해제 등 큰 흐름을 잡지 않고 세부 사안을 나열하고 있는 것도 한계다. 실제로 제안 내용들은 고위급 접촉 등이 정상화하면 다 논의할 수 있는 내용이다. 게다가 이번 제안에는 정치·군사 분야가 전혀 언급돼 있지 않아 현실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전의 남북 합의가 여러 분야의 균형을 꾀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지금 남북 관계는 통일이라는 말을 꺼낼 수조차 없는 상태다.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되긴 했으나 후속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미 군사훈련과 북쪽의 미사일 발사 등을 놓고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거친 설전도 재개됐다. 고위급 접촉을 하기로 한 2월의 합의가 무색할 정도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고 교류협력을 진전시킬 실질적인 방안이다. 정부는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한다.

그럼에도 이번 제안이 남북 관계의 새로운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하려면 남북 고위급 접촉이 하루빨리 재개돼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열린 마음(개방적 자세)으로 대하고 그들이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말을 흘려듣지 말기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