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30일 ‘2015학년도 서울시 고교 신입생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는 성적 제한 없이 지원해 1단계에서 모집정원의 1.5배를 추첨하고 2단계에서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도록 했다.
애초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자사고의 학생 선발을 중학교 내신성적 제한 없이 ‘선지원 후추첨’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사고 학부모들이 반대집회를 열고 공청회 단상을 점거하는 등 반발하자, 지난해 10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이후 자사고의 문제점이 더 드러나 변화를 기대했는데 이번에 ‘10월 안’이 그대로 슬그머니 확정된 것이다.
이로써 자사고와 특목고 등에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 황폐화하고 있는 일반고를 살리겠다던 약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번 선발 방식이 현행보다 더 개악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 24개 자사고 가운데 6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경쟁률이 1.5 대 1을 넘지 않는다. 1.5배수 추첨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사고는 면접을 통해 얼마든지 학생의 성적과 스펙을 반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학부모의 경제력까지 고려할 수 있게 됐다. 일반고와 자사고의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 것이다.
자사고는 이명박 대통령의 상징적 교육정책이지만 지난 5년의 점수는 낙제점이다. 일반고는 학력 저하, 빈곤 학생 증가로 슬럼화됐다. 수업 시간에 학생 절반 이상이 잠을 잔다고 한다. 반면 자사고는 국·영·수 등 입시과목 위주로 교육과정이 획일화됐으며, 일부는 입시 명문학교로 떠올랐다. 결국 자사고와 특목고를 위해 전체 고교의 65%가 넘는 일반고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서울대 입시 결과는 공교육 황폐화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서울대 입시에서 일반고 출신 합격자 비율이 처음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자사고와 특목고 합격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현재 우리나라 현실에서 자사고, 특목고, 국제학교 등 ‘특권학교’와 일반고는 제로섬 양상을 띠고 있다. ‘특권학교’를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죽어가는 일반고를 부활시키겠다는 약속은 빈말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는 자사고 폐지를 검토하는 듯하더니, 이제는 이명박 정부를 그대로 본뜨고 있다.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도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사고 평가 결과와 상관없이 해당 학교가 강하게 원할 경우 유지하겠다”면서 ‘자사고 존속’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정부와 현 서울시 교육감의 뜻이 이러니, 일반고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6월 교육감 선거에서 시민이 표로써 선택하는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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