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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더욱 다듬을 필요 있는 임원 보수 공개제도

등록 2014-03-31 18:44

주요 기업들이 등기임원의 개인별 보수를 31일 일제히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연간 5억원이 넘는 등기임원의 보수에 대해 개인별 공개를 의무화하면서, 12월 결산 법인부터 시한에 맞춰 공시한 것이다. 이로써 터무니없이 높은 보수를 임원에게 지급하는 기업은 시장의 압력은 물론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공시 내용이나 대상자가 너무 제한적이다.

먼저 공시 대상자를 등기임원으로 한정한 게 문제다. 주요 재벌기업 총수나 그 일가는 미등기 임원이라는 이유로 보수를 공개하지 않은 사례가 너무 많다. 예컨대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등기임원이 아니어서 공시 대상에서 빠졌다. 이건희 회장 가족 가운데 보수 공개 대상은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5대 재벌 전체 계열사의 등기임원 수는 2012년 4월 현재 1515명에 이르지만 재벌 총수 및 일가의 등기임원은 고작 86명, 전체의 5.7%에 불과하다고 한다. 국내 기업에서 5대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재벌 총수 및 일가가 공시 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임원 개인별 보수 공시제도의 취지는, 임원 보수가 경영성과에 합리적으로 연동하는지를 외부 주주가 잘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게 해주자는 데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의 지배주주나 최고경영자가 멋대로 임원 보상 체계를 왜곡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나아가 기업의 책임경영과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주요 재벌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등기 여부와 상관없이 재벌 총수는 온갖 금전적 비금전적 혜택을 받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지금은 그들이 어떤 근거로 얼마만큼의 보수를 받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5억원 이상’의 보수만 공개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5억원이라는 하한 기준은 정부가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령에서 정한 것이라고 한다. 임원 개인별 보수를 공시하는 게 도대체 기업에 어떤 부담을 준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기업 임원의 보수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에서는 세계 금융위기 뒤 더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기업 임원 보수의 결정이 아직 후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벌 총수를 포함한 모든 기업 임원들의 보수 내역을 좀더 자세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이런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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