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등기임원의 개별적인 보수가 공개된 뒤로 여론 반응이 뜨겁다. 일부 대기업 총수나 경영진의 지나치게 높은 보수를 놓고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사회적 위화감과 기업 경영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엇갈린 여론 반응은 임원 보수 공개를 법제화할 때 이미 예상한 바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업의 대응이다. 기업들이 다양한 여론을 능동적으로 수용해 임원 보수체계를 합리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임원 보수 현황 자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의 연봉이다. 그는 지난해 계열사 4곳으로부터 모두 301억원을 받아 연봉 1위를 차지했다. 최 회장은 배임 등의 혐의로 법정구속된 처지에서도 하루 평균 1억원에 가까운 보수를 받았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도 법원의 유죄판결로 수감된 상태에서 계열사로부터 거액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벌기업 총수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서 벗어나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회사는 실적 부진으로 경영난에 허덕였는데도 고액 연봉을 챙긴 일부 오너(지배주주) 경영인들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오너 경영인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허창수 지에스(GS그룹) 회장은 지난해 막대한 적자를 낸 지에스건설 등으로부터 약 39억원을 받았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역시 지난해 400억원대의 회사 적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약 42억의 연봉을 챙긴 것으로 되어 있다.
상장 대기업의 경우 다른 이해관계자에 견줘 임원 보수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재벌닷컴’이 자산 상위 10대 그룹 상장계열사의 지난해 사내 등기임원 평균보수를 집계한 결과 10억4000여만원으로, 직원 평균급여의 14배에 이른다. 갈수록 임금소득의 격차가 커지고 있고, 국내 상장기업의 평균 주주배당률은 고작 1%대인 현실 등을 고려하면 대기업 임원 보수는 분명 과도한 측면이 있다.
기업 임원 보수의 적정 수준에 대한 절대 기준은 없다. 막연한 사회 통념을 잣대로 고액 연봉을 받은 기업 임원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경영자의 능력과 노력으로 기업의 성과를 높였으면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받는 관행은 정착되어야 한다. 문제는 보상 기준과 절차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임원 보수 공개제도의 참뜻을 살리려면 보상 기준과 절차를 합리화하려는 기업의 노력과 함께 사회적 논의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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