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3월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북한을 향해 ‘3대 제안’을 했다. 이 가운데는 교통·통신 등 인프라 건설 투자도 들어 있다.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이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 러시아,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제안한 만큼 방점은 ‘철도 건설’에 찍혀 있었다.
바로 그날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한국 철도 표준궤(폭 1435㎜)와 러시아 철도 광궤(1520㎜)에서 모두 운행할 수 있는 ‘궤간 가변 열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철도와 궤도 폭이 다른 러시아에서도 국내 열차의 운행이 가능한 기술로서, 2004년 개발에 착수한 지 10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원리는 단순하다. 일반 열차는 양쪽 바퀴가 고정축 하나로 연결돼 있지만, 궤간 가변 열차는 차축 가운데에 특수바퀴와 바퀴 축을 고정하는 잠금장치를 설치해 놓았다. 이에 따라 열차가 북-러 국경 하산역에 도착하면 30m 길이의 궤도변환 구간을 통과하면서 스프링의 원리에 따라 잠금장치가 해제돼 바퀴 축이 자동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들면서 표준궤와 광궤 간의 변환이 이뤄진다. 화물을 다 옮겨 싣거나 열차 바퀴를 교체하느라 5~7시간 걸리던 걸 절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이 열차는 영하 80℃의 극한 환경에서도 부품 피로시험과 충격시험을 통과해 시베리아 추위를 견딜 수 있다.
박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을 실현해 줄 물질적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또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경의선 철도 복원공사 기공식에서 선포한 ‘민족의 혈맥을 다시 잇는 작업’이 기술적으로 완성된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잠시뿐, 남북한은 서로를 향해 증오의 포탄을 퍼부어댔다. 북한의 위협도 문제지만 우리 쪽이 빌미를 준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접합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게 핏줄 연결이다. 철도는 그 핏줄에 해당한다. 하지만 기차 대신 탱크를 밀고 들어가려다간 남북 모두 너무 많은 피를 흘리게 될 것이다.
김의겸 논설위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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