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과 대학, 취업난 ‘졸업유예생’ 배려해야

등록 2014-04-03 19:02수정 2014-04-03 20:34

고3 학생들 사이에서 나도는 말로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란 게 있다. 그만큼 대학 가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하지만 애써 대학을 들어가도 졸업 무렵에는 비슷한 말을 다시 듣게 된다. ‘휴학은 기본, 졸업은 선택, 졸업유예는 필수’라는 말이다. 4년간 열심히 공부해서 규정 학점을 다 따고도 졸업을 미룬 채 1~2년씩 대학에 적을 두는 게 졸업유예다. 휴학이나 졸업유예를 경험한 대학생이 10명 가운데 8명꼴이라는 어느 교육기관의 조사 결과도 있다. 그만큼 졸업을 미루는 풍토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다 취업난 탓이다. 졸업을 하면 바로 실업자가 돼버리는 무서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졸업을 유예하면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학생 신분으로 학교시설을 이용해 취업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방안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다. 현재 지방 소재 공공기관에 국한되고 있는 지역인재 할당제를 기업체 쪽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또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 보람있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대졸자의 존재 가치를 높이는 대책도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졸업을 미루면서까지 취업난에 발을 동동거리는 학생들의 처지에서 보면 당장 급한 건 기업과 대학의 배려다. 기업들은 졸업생과 재학생을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많은 기업이 공모전 참여 자격을 ‘대학 재학생’으로 제한해 졸업자는 참여할 수 없게 막고 있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인턴 자리도 ‘대학생’이나 ‘졸업예정자’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재학생이나 졸업생은 학적부에 이름이 올라 있느냐의 형식적 차이만 있을 뿐, 똑같은 취업준비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굳이 이런 구별이 의미가 있을까 싶다. 기업들은 이런 자격요건을 철폐하거나 완화해야 한다.

안민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자료를 보면, 2014년 현재 졸업유예제도를 시행하는 33개교 가운데 약 73%인 24개교가 학생들에게 졸업유예 비용을 받아왔다. 대학으로서도 도서관 등 학교시설 이용에 따른 관리비용이 들어가니 최소한의 비용은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연세대처럼 최소 50만원 이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졸업유예생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마저 든다. 부산의 동의대나 부산외대는 졸업유예생에게 등록금을 별도로 부과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최소 1학점 이상 수강신청을 의무화하되 1학점당 3만5000원만 내도록 하는 대학도 있다고 한다. 졸업유예생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좀더 고심할 필요가 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