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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은폐와 호들갑을 오가는 ‘무인기 사건’ 대응

등록 2014-04-03 19:02수정 2014-04-03 20:34

북한이 정찰을 위해 남쪽으로 보낸 것으로 보이는 ‘소형 무인기 사건’의 파장이 만만찮다. 보기 드문 사안이긴 하나 큰일은 아님에도 논란이 이어지는 데는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이 큰 몫을 하고 있다.

3월24일과 31일 각각 경기도 파주와 인천시 백령도에 떨어진 무인기는 북쪽에서 띄운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파주에 떨어진 것은 청와대 상공까지 왔다 간 것으로 드러났다. 북쪽이 의도를 갖고 서울까지 무인기를 보냈다면 이는 국제민간항공협약에 어긋나는 영공 침범에 해당한다. 정부 차원의 조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북쪽이 왜 무인기를 보냈는지는 짐작이 간다. 남쪽과 미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정보수집 역량을 따라잡으려고 여러 기기를 조합해 무리한 시도를 했을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무인기의 기술 수준이 낮아 안보 위협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 태도다. 정부는 애초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에 대해 북한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발견 직후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겠지만 이후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백령도에서 새 무인기가 발견되자 바로 태도를 바꿔 둘 다 북한이 띄운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까지 왔다 간 사실을 숨기려 하다가 어쩔 수 없이 공개한 듯한 행태다. 실제로 정부는 파주 무인기를 발견한 다음날께 북쪽과 연관된 모든 정보를 확인했다고 한다.

정부는 2일 긴 시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여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저고도탐지레이더 긴급 도입, 무인정찰기 확대 배치, 모든 경량 비행체 등록제 실시 등 온갖 방안이 거론된다. 뒤늦게 무인기의 위협을 부각시켜 군비 확충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모양새다. 이는 사태를 과장하고 국민의 불안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북쪽이 무인기를 이용해 테러 등 사실상의 전쟁을 도발할 수 있다는 등의 가정도 터무니없다. 물론 무인기 기술이 발전하면 살상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대비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낮은 고도로 다가오는 소형 물체에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개발돼 있지 않다.

이번 사건은 오히려 평화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준다. 남북 관계 진전은 그래서 중요하다. 상대를 해치기로 마음먹는다면 모든 기술이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를 더 나은 무기로만 막으려 하는 것은 군사주의적이고 소모적인 발상이다. 우리는 이미 북한의 전체 국내총생산과 맞먹는 군사비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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