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학교 재단 운영권이 온갖 부정과 비리로 쫓겨났던 김문기 전 재단 이사장 쪽으로 다시 넘어갔다. 이 대학 이사회가 김 전 이사장의 둘째 아들인 김길남(46)씨를 지난달 31일 새 이사장으로 선출하면서 결국 ‘사학 세습’이 이뤄진 것이다. 학교가 다시 극심한 분규에 휘말리고 정상화의 길이 더욱 험난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옛 비리재단의 복귀 소식에 학생과 교수·교원은 물론이고 이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김문기 재단’의 복귀가 본격화한 것은 4년여 전부터이다. 교비 횡령과 부정 입학, 교수 채용 비리 등으로 1993년 유죄 판결을 받고 학교에서도 쫓겨난 김 전 이사장은 2010년 되살아난 재단 이사 추천권을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현재 9명의 정이사 가운데 5명을 자기 쪽 이사들로 채웠다. 최근에는 학교 구성원 추천 이사 1명이 옛 재단 쪽으로 돌면서 옛 재단은 이사의 3분의 2를 장악해 거의 전권을 휘두를 수 있게 됐다. 교육부 추천 이사까지 ‘옛 재단을 견제할 수단이 없다’며 사임했을 정도로 이사회 구성이 편중되다 보니 그의 아들이 새 이사장으로 선임된 것이다.
상지대에서 비리재단의 복귀가 진행되는 동안 교육당국은 이를 막기는커녕 사실상 묵인하고 방조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회의 속기록까지 폐기하며 옛 재단 쪽 이사 선임안을 통과시켰으며, 교육부는 상지대 교수와 학생들의 거듭된 특별감사 요구 등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최근 몇년 동안 상지대 사태와 관련해 교육당국이 보인 태도는 ‘비리 사학과 한통속’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상지대 비리재단의 복귀는 비슷한 경험이 있는 다른 사학의 정상화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된다. 비리재단 퇴출 뒤 임시이사 관리체제에서 착실하게 정상화의 길을 밟아온 대구대, 세종대, 조선대, 덕성여대 등에서도 옛 재단 쪽 인사들이 복귀하면서 이미 분쟁에 휩싸였거나 분쟁의 불씨가 싹트고 있다.
사학은 재단 또는 이사장의 사유재산이기 이전에 공적 교육기관이다. 재단의 온갖 부정과 비리 때문에 학생을 비롯한 교육주체들이 당하는 고통을 고려한다면 교육당국이 지금처럼 수수방관해선는 안 된다. 교육당국은 사학비리 척결과 교육 정상화를 입으로만 떠들지 말고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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