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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무인기 불안’ 부추기지 말고 은폐 책임 물어야

등록 2014-04-07 18:46수정 2014-04-07 21:56

북한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소형 무인기를 둘러싼 호들갑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잖아도 위험 요소가 잠재된 한반도·동북아 정세가 더 불안해질까봐 우려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와 추가 핵실험 가능성 위협,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 대한 포격’과 함께 무인기를 언급하면서 ‘많은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려 깊지 못한 발언이다. 국방부가 확인했듯이 소형 무인기는 북한이 정보력 열세에 대처하려고 정찰용으로 개발한 초보적 수준의 비행체다. 이를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위협과 맞먹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국민의 불안을 부추기는 처사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무인기가 우리나라를 전방위로 정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는데, 이제까지 발견된 무인기가 소수인 점을 고려하면 이 또한 지나치다.

박 대통령은 “군당국이 (무인기) 관련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은 방공망 및 지상 정찰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발맞춰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날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어 ‘현존 전력으로 감시·탐지·식별 및 타격에 이르기까지 대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국방부가 ‘소형 무인기 식별은 어렵다’고 설명해온 것과는 딴판이다. 이제까지 할 수 있었던 일을 안 했다는 건지 궁금하다. ‘작은 비행체를 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기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국방부 쪽 발언도 기술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면피성으로 보인다.

무인기 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초기에 정부가 북한과 무관한 것처럼 은폐한 것이고, 그다음은 무인기 위협을 과장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은폐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무인기 불안’을 확산시키는 데 동참하고 있다. 정부의 분명한 잘못은 덮고 여론의 흐름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는 모양새다. 이는 대북정책의 방향을 왜곡해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무인기로) 정찰을 강화하는 것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무인기가 핵·미사일 문제만큼 비중 있는 사안이라면 대북정책의 초점도 거기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무인기 문제는 애초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에 맞서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을 포격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인 사안으로 불거진 것이다. 북한의 무인기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 위협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럼에도 무인기 불안을 부추긴다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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