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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금융실명제법 개정안, 의미 크지만 아쉬움도

등록 2014-04-08 18:48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제법)이 많이 손질될 모양이다. 금융실명제법의 ‘구멍’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차명거래를 줄이는 게 뼈대를 이루고 있다. 몇몇 여야 의원들과 금융당국이 이런 내용으로 법을 고친다는 데 최근 합의했다고 한다. 이르면 4월 안에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리되면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높아져 구린 돈을 감추거나 세탁할 때 어려움이 커지기에 의미가 크다. 지하경제의 여지가 줄어들어, 경제부문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꾀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듯하다.

금융실명제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 기여한 바는 적지 않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전격적으로 도입한 뒤 금융거래에서 도명계좌와 허명계좌를 이용하는 데에 상당한 제약이 가해졌다. 금융 관행이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빈틈이 크게 나 있었다. ‘합의 차명’이 가능했던 게 바로 그것이다. 당사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명의를 빌리고 빌려주는 식으로, 차명계좌를 통해 얼마든지 금융거래를 할 수 있었다. 이는 금융질서를 어지럽히는 부정과 부패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재벌그룹 총수나 정치인이 등장하는 대형 금융범죄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실명제법이 ‘반쪽짜리’ 법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것은 당연하다.

이런 문제는 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꽤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불법으로 재산 은닉 등을 하기 위해 차명거래를 하다가 적발되면 무거운 벌이 따르기 때문이다. 명의를 빌리거나 빌려준 사람은 물론, 계좌가 개설된 금융회사 임직원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미만의 벌금을 물게 된다. 계좌에 든 돈은, 계좌 명의자의 것으로 본다는 조항 등도 효과가 적지 않을 듯하다. 금융회사의 실명확인 절차가 강화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지난해 법안이 발의될 때 들어 있던 내용 가운데 일부가 수정된 탓이다. 애초에는 차명거래를 원칙적으로 금하되, ‘범죄 목적’이 아닌 차명계좌에 한해 사전등록제로 허용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런데 금융당국 등의 현실론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불법 행위를 목적으로 한 차명거래 차단 쪽으로 후퇴했다. ‘불법 행위를 목적으로 한’이라는 단서를 붙였는데, 이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당국의 처벌의지가 약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비자금으로 의심이 가는 차명거래 자체에 대해 단속하는 방안이 빠진 것도 그렇다. 다음 법 개정 때에는 반영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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