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료법인의 의료 영리화를 밀어붙이기 위해 법률 검토 결과까지 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단은 1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자문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복지부는 바로 다음날 반박에 나섰다. “자법인 설립은 의료법에서 별도 제한규정이 없으므로 의료법상 부대사업 수행으로 한정하면 가능하다”며 이게 법률 전문가 다수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김용익 민주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법무법인 자문 결과를 입수해 보니, 내용이 정반대였다. 법무법인 두 곳 가운데 한 곳은 의료법 개정 사안이라고 분명히 밝혔고, 다른 한 곳도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허용의 한계를 엄격히 봐야 한다”고 한 것이다.
복지부의 이런 사실 왜곡은 사회적 논의는 물론 국회에서 법률 개정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영리 자회사 문제를 강행하려는 꼼수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며 국회의 입법권 침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이런 무리수까지 두는 것인가.
의사들은 이미 파업을 통해 대다수가 이 사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고서를 보면 의료법인의 절반 가까이가 “영리 자회사가 필요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 정책은 극소수 대형병원과 의료계 진출을 확대하려는 일부 재벌들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커진다.
영리 자회사는 투자와 배당이 가능한 주식회사로, 거의 모든 의료 관련 사업에서 돈을 벌 수 있다. 그 돈은 다름 아닌 병원 환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자회사가 병원에 건물을 임대해서 수익을 남기려면 병원은 그 임대료를 벌기 위해 의료비를 높여야 한다. 또 자회사가 의료기기와 의료용품, 의약품 등을 빌려주거나 공급하는 사업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병원이 그만큼 환자들한테서 의료기기와 의료용품 사용료를 더 받아야만 한다. 의료비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료비 상승만이 아니라 부적절한 강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자회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헬스클럽, 온천장, 바이오산업은 물론 건강식품, 화장품 사업까지 포함돼 있다.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공익적 비영리기관에서 돈 버는 게 주목적인 ‘의료종합상사’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의료비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국회에서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할 사안이다. 마침 10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이날 회의는 의료 영리화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첫 자리다. 국회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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