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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단일 규칙’ 찾은 지방선거, 정책경쟁으로 승부해야

등록 2014-04-10 19:03

새정치민주연합이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벌여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철회했다. 이유야 어쨌든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이 기초공천을 폐지한다는 대선 공약을 차례로 어긴 셈이 됐으니 체면을 구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 규칙을 둘러싼 혼선을 정비해 지방선거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한 경기 두 규칙’이라는 기이한 선거가 될 뻔했는데 유권자들로서도 쓸데없는 혼선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여야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기초선거 공천 제도의 여러 폐해를 거론하며 공천 폐지를 앞다퉈 약속하더니 막상 지방선거가 닥치자 약속을 뒤집은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여야 모두 공약 파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먼저 공약을 파기해 혼선을 초래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 훨씬 무겁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이 변변한 사과조차 하지 않은 채 안철수 대표의 정계은퇴를 요구하고 새정치연합을 비아냥대는 데 앞장서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꼴이다. 공약을 한 당사자인 박 대통령이 자신과는 무관한 남의 일인 것처럼 이 문제를 끝까지 외면한 것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여야는 정당 공천을 하기로 결정한 만큼 이번 지방선거부터 공천을 혁신해 국민이 기초공천에 대해 지니고 있는 의구심을 말끔히 씻어내는 데 힘을 써야 한다. 공천 비리, 지방자치의 중앙 예속,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 줄세우기 등 기초공천제의 폐해로 지적돼온 문제가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심각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다시 ‘돈 공천’을 하는 등 잇속 챙기기와 기득권 강화에 공천권을 활용하는 정당이 있다면 엄중한 심판이 따라야 할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새정치연합 창당의 핵심 명분으로 내걸었던 기초선거 무공천이 무산됐으니 어느 정도 책임을 피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이번 결정에 이른 과정을 되짚어보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선거의 규칙과 관련한 대선 공약을 여당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상황에서 한쪽만 약속에 집착할 경우 선거의 유효성에 의문이 생기고 국민의 선택권이 왜곡되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책임론이니 지도부 사퇴니 따위의 말이 나온다면 이는 핵심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내부의 합의된 절차에 따라 결론을 냈으니 당의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 집권세력의 일방독주에 브레이크를 걸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데 진력하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제1야당의 올바른 태도다.

사실, 먹고살기 고달프고 일상이 팍팍한 이들에게 기초공천 문제는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의제였다. 정치권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지 않은 문제를 놓고 너무 오래 논쟁을 벌여왔다. 이제는 규칙 논쟁에 마침표를 찍고 민생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정치권은 생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삶의 끈을 놓아버리는 고단한 사람들의 현실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도 살고 서민 대중의 고단한 삶도 기지개를 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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