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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거주자보다 건설사 배려한 ‘층간소음’ 기준 완화

등록 2014-04-11 19:02

공동주택 층간소음이 사회문제가 된 게 어제오늘이 아니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민원 건수가 2012년 7000여건에서 지난해 1만5000여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층간소음 갈등으로 방화·살인 사건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층간소음에 관한 법적 기준을 내놓은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분쟁조정에서 현재 쓰고 있는 기준보다 완화한데다 건설사의 책임 문제는 언급하지 않아 부실 대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와 환경부가 11일 입법예고한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직접 충격 소음은 낮 43㏈, 밤 38㏈을 넘지 않도록 정했다. 43㏈이면 몸무게 28㎏의 아이가 1분 동안 계속 뛸 때 나는 정도의 소음이라고 한다. 또 텔레비전 소리나 악기 연주음을 포함한 공기 전달 소음의 경우도 낮 45㏈, 밤 40㏈을 넘지 않도록 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이 기준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2월 도입한 분쟁 조정 기준치와 비교하면 3㏈씩 후퇴한 것이다. 3㏈ 차이면 체감 소음이 두 배가량 더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소음관리지침을 보면, 주거지역 실내에서는 밤 시간대에 소음이 30㏈을 넘으면 수면에 방해를 받고, 주간에는 35㏈을 넘으면 대화에 방해를 받는다고 한다. 정부의 기준치는 이런 수준을 한참 넘어선다. 더군다나 2005년 6월 이전 사업승인을 받은 아파트는 여기에 5㏈씩 더 완화해 적용받게 했는데, 이 정도면 층간소음 관리를 입주민들한테 떠넘기고 그냥 견디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생활환경에 대한 민감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마당에 정부의 법령이 이런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새 규칙의 허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아파트 층간소음은 입주민 문제이기 이전에 설계·시공상의 문제다. 건설사들이 비용을 낮추려고 처음부터 설계나 시공을 잘못하는 바람에 층간소음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대로 튼튼하게 지으면 될 것을 부실하게 지어놓고 입주민끼리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이번 규칙에서 욕실의 급배수로 인한 소음은 아예 층간소음에 넣지도 않았는데, 정부는 욕실 소음이 건물 자체에 원인이 있기 때문에 입주자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를 댔다. 그래 놓고도 건설사 책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층간소음 기준을 다시 세우고, 아파트 시공 단계부터 이 기준을 지켜 입주민들이 불편 없이 살 수 있도록 관련 법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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