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을 기점으로 물가 오름세가 크게 둔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에 그쳤고, 올해는 2.1%를 기록할 것으로 한국은행이 며칠 전 내다봤다. 한은이 2013~2015년 물가안정 목표(한해 상승률 2.5~3.5%)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이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이처럼 낮기는 하지만 계층과 연령대에 따라 상승 폭은 꽤 다르다. 특히 저소득층과 고령층이 상승 부담을 더 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한은이 물가정책 등을 추진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은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2011년에서 2013년 2분기까지 소득 하위 50% 가구의 물가상승률이 중상위 계층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은 연구진이 ‘가구균등 물가지수’라는 방식으로 소득·연령대별 상승률을 집계한 결과다. 특히 2011~2012년에는 하위 50% 가구의 물가상승률이 전체 물가상승률을 0.3%포인트 정도 웃돌았다. 반면, 중상위 소득계층은 0.1%포인트 밑돌았다. 또 60~70대 가구주의 물가상승률이 전체 상승률보다 0.7%포인트나 높았다. 이들 계층은 대체로 다른 계층에 견줘 소득이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물가 부담이 더 컸으니 실질소득은 더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틈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고용 가중 성장률 전망치의 차이가 0.4%포인트에 이를 것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격차다. 고용 가중 성장률은 산업별 고용인원에 가중치를 주어 산출하는 성장률로,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괴리 현상을 짚어보는 데 쓰인다. 잠재성장률에 가까운 성장을 하더라도 그 온기가 골고루 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만일 저소득층이 온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면 그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은이 정책적인 고민을 좀더 해야 할 때다. 먼저 물가와 관련해 전체 소비자 지수를 관리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될 것이다. 저소득·고령층이 많이 소비하는 품목의 동향 점검에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이들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그나마 줄일 수 있다. 아울러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늘리고 최저임금 등을 끌어올리는 한편, 복지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한마디로 분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말이다. 뻔한 해법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지금이야말로 꼭 필요한 조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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