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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동아 언론자유 투쟁은 번복할 수 없는 역사다

등록 2014-04-16 19:01

법원이 유신독재 시절 동아일보사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에 대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의 결정을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의 진실을 밝혀 화해로 나아가기 위한 과거사위의 활동 결과를 법원이 정면으로 거스른 데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행정법원은 15일 동아일보사가 “과거사위의 진실규명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국가기관이 정권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해임할 것을 요구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점 등을 판결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과거사위가 장기간에 걸쳐 규명한 진실을 외면하고 국민적 상식이 된 현대사 중대 사건의 실체에 눈감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동아일보 강제해직 사태가 유신정권의 압력 아래서 이루어진 일임은 더 규명하고 말고 할 것이 없는 사실이다. 박정희 정권이 긴급조치를 발동하고 중앙정보부를 동원해 언론자유를 탄압하자 동아일보 기자 180여명은 1974년 10월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그러자 중정이 나서서 광고주들에게 동아일보 광고를 전면 금지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광고탄압’을 수개월 동안 저질렀고, 동아일보사는 1975년 3월 정권의 압력에 굴복해 110여명의 언론인을 쫓아낸 것이 동아일보 강제해직 사태의 전말이다. 당시 쫓겨난 언론인들이 중앙정보부의 집요한 방해와 탄압으로 재취업을 하지 못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것은 해직자들의 증언과 관련 자료로 입증된 사실이다. 2008년 과거사위는 이런 사실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동아일보사에 해직 언론인들에게 사과하고 적절한 조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박정희 정권의 압력에 의한 해직이라는 과거사위의 결정 내용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등이 국가를 상대로 하여 진행하는 손해배상소송에서도 역사적 사실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더라도 이번 판결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역사를 거스른 법원의 판결뿐만 아니라 소송을 낸 동아일보사도 문제다. 동아일보사는 이제라도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강제해직당한 언론인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진실은 부정한다고 해서 지워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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