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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남재준이 무슨 ‘공로’가 많았단 말인가

등록 2014-04-17 18:46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남재준 원장이 그동안 공로도 많았다. 국정원의 문제를 말끔하게 처리해 임기를 잘 채웠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당 한쪽의 ‘남재준 사퇴 불가피론’에 선을 긋고 박근혜 대통령을 지원하고 나선 셈이다.

여당 대표의 대통령 편들기에도 그럴싸한 논리는 있어야 하는 법이다. 남 원장에게 ‘누구를 위한 무슨 공로’가 있다는 건지 황 대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박 대통령과 여당 쪽에서 보면 남 원장이야말로 특급 공로자일 것이다. 정권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물불 가리지 않고 보위에 앞장섰으니 말이다. 박근혜 정권에 기여한 점에서라면, 남 원장의 ‘공로’는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2급 기밀문서인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느닷없이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공작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 여권이 위기에 빠진 상황이었다. 정치개입 논란이 들끓었지만 남 원장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검찰이 대선 댓글 사건을 수사할 때도 국정원은 출석 불응, 자료제출 거부, 진술 거부 등 온갖 수사방해를 지휘했다. 정권에 기여한 공로로 치자면 남 원장이 단연 수훈갑인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상식의 눈으로 보자면 얘기가 달라진다. 남재준 원장은 공로는커녕 선량한 시민을 우롱하고 공분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정치를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린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박 정권 출범 이후 주요한 정치적 고비 때마다 국정원이 불쑥 튀어나와 정치를 들었다 놨다 했다. 그 수혜자가 여권임은 물론이다. 재판 증거를 조작한 것도 모자라 은폐까지 한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에게 무슨 공로가 있다는 건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더구나 국정원 스스로 개혁하고 거듭날 기회를 부여받아 놓고도 남 원장은 이를 외면했다. 개혁이 실행됐다면 국정원 사무실 안에서 버젓이 증거조작이 자행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에서도 남 원장이 당장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판이다. 보수신문들조차 남 원장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것만 봐도 새누리당 수뇌부의 ‘남재준 감싸기’가 여론과 한참 동떨어진 황당무계한 궤변임을 알 수 있다. 민심과 여론을 수렴해 국정에 반영하는 창구 구실을 하는 게 집권당의 중요한 책무다. 사람을 싸고도는 데도 염치와 한계가 있어야 한다. 황 대표의 모습에선 집권당 대표에 걸맞은 책임과 고민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을 외면한 채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한 여당 대표의 모습이 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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