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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말뿐인 ‘더불어 함께 사는 안전 공동체’

등록 2014-04-17 18:46

세월호 침몰 사고의 실종자 구조 작업이 이틀째 벌어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진전이 없다. 뱃머리 일부만 삐죽 드러낸 채 280여명의 실종자들과 함께 차가운 물속에 거꾸로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의 모습은 실종자 가족뿐 아니라 온 국민의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참담하다는 말조차 꺼내기 힘든 지경이다. 그래도 정부는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실종자 구조에 온힘을 쏟아야 한다.

이번 참사는 불가항력의 재해가 아니다.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이나 생존자 증언 등에 비춰보면,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낳은 전형적인 인재가 분명한 듯하다. 특히, 사고 발생 직후 초동 단계에서 보여준 정부의 대응 방식은 총체적 부실 그 자체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여객선 침몰과 같은 재난에서 인명 피해를 막으려면 분초를 다투는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적어도 기본적인 재난대응체계를 갖췄다면 예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맞춰 신속하면서도 일사불란하게 구조 장비와 인력을 투입했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초기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한 나머지 신속한 구조활동에 실패했다. 안전행정부 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중심으로 군까지 참여하는 민관합동 대응체계를 가동했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정부의 한심하기 짝이 없는 사고대처 능력은, 신고가 접수된 뒤 한나절이 지나도록 기본적인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중대본이 발표한 세월호의 탑승인원, 구조인원, 실종자 수 등은 하루 종일 혼선을 빚으며 오락가락했다. 구조 상황과 관련해서도 갈팡질팡 발표가 이어지더니 심지어 사고 당일 저녁에는 안행부와 해양경찰이 서로 주관할 것을 미루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보였다.

정부의 미숙한 대처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묻어났다. 박 대통령은 사고 발생 직후 청와대에서 노심초사하며 “단 한명의 희생자도 없게 하라”고 즉각 정부 관계부처에 지시했다고 청와대 쪽은 전했다. 그리고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사고 발생 8시간쯤 지난 오후 5시께 중대본을 직접 방문해 상황을 점검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안행부 2차관에게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하는데 왜 발견하기 힘드냐”고 물었다. 이 발언은 대통령이 기본적인 현장 상황조차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거나 몰랐다는 걸 보여준다. 세월호 사고 당시 승객들은 구명조끼를 제대로 챙겨 입을 수 없었으며, 실종자의 대부분은 침몰한 배의 객실에 갇혀 있을 것이라는 점은 방송 보도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안전을 최우선 국정과제의 하나로 내세워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 참사의 발생에서부터 구조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보면 재난대응체계의 기본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입으로만 안전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안전불감증에 침수되어 있는 정권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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