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은 참사 속에서도 자신보다 주위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선인들이 있다. 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버팀목이다. 475명이 탄 여객선이 짧은 시간에 침몰하는 대참사였기에 이런 이들은 더 빛난다.
안산 단원고 2학년 6반 담임교사인 남윤철(35)씨는 탈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데도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구명조끼를 챙겨주는 등 대피를 돕다가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는 학생들이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안전한 곳으로 올라갈 때까지 난간에 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그의 도움은 받은 2학년 박호진(17)군은 부모가 모두 실종되고 쓰러진 자판기에 끼여 혼자 울고 있던 권지연(5)양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안고 함께 탈출했다. 그 스승에 그 제자다.
승무원 박지영(22)씨도 여러 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내보냈으나 본인은 탈출하지 못했다. 학생들은 박씨가 “누난 너희들 다 탈출하고 나서 나갈 거야”라고 했다고 전한다. 실종된 사무장 양대홍(45)씨는 가족과의 통화에서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해. 길게 통화 못해. 끊어”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배가 침몰하기 직전에 다른 사람들을 먼저 내보내고 자신은 가까스로 탈출한 화물차 기사도 있다.
침몰 직전 승객 20여명의 탈출을 돕고 마지막으로 배를 떠난 김홍경(58)씨는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가슴이 미어진다”고 자책했다. 그는 소방호스와 커튼으로 줄을 만들어 몇몇 젊은 사람들과 함께 30여분 동안 승객들을 6~7m 높이의 난간으로 올려줬고, 이들은 모두 헬리콥터로 구조됐다. 물이 선실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상황이었다.
이들 외에도 생사를 가늠하기 어려운 망망대해에서 살신성인을 실천한 이들이 더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 사회는 희망이 있다. 이들의 고귀한 희생은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으며,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덕성을 키워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채 선인들의 자발적 행동에 기대는 사회는 비극을 잉태할 수밖에 없다. 위기 때마다 나타나는 작은 영웅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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