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시간의 흐름이 야속하게 느껴진 적도 없었다. 실종된 세월호 탑승객에 대한 수색·구조 작업이 지체되는 사이 시간은 계속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뿐 아니라 온 국민의 가슴도 시꺼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이 차가운 물속에서 살려달라고 울부짖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그나마 물 위로 약간 남아 있던 뱃머리 부분마저 18일 오후부터는 물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그렇지만 희망마저 물속에 가라앉힐 수는 없다. 선박 내부에 남아 있을 ‘에어포켓’도 한 줄기 실낱같은 희망의 근거다. 배가 완전히 가라앉으면서 에어포켓의 공기량도 줄어들었으리라는 안타까운 분석이 나오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지난해 6월 나이지리아 연안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 사고의 경우, 29살 난 선원 한 명이 에어포켓 덕분에 차가운 물속에 갇혀 있다 60여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사례도 있다. 우리한테도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다행히 구조 작업이 점차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8일에는 구조요원들이 선체 안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선체 안으로 공기도 주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수색·구조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빠른 물살, 앞을 분간하기 힘든 탁한 시야 등 악조건투성이다. 자칫하면 구조에 나선 잠수요원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금 기댈 것은 현장 구조요원들의 용기와 노력뿐이다. 온갖 난관을 뚫고 한 명의 실종자라도 더 살려내고, 한 명의 학생들이라도 더 부모 품에 돌려보낼 수 있기를 온 국민이 응원하고 있다.
정부는 더는 시행착오와 늑장대처, 우왕좌왕을 되풀이하지 말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도 구조요원들이 선내 진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가 몇 시간 뒤에 ‘실패’라고 정정하는 등 갈팡질팡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실수와 혼선을 계속할 것인가. 상당수의 대형 장비들이 아직까지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말도 들려오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당국은 제발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수색과 구조에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하길 바란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최후의 순간까지 희망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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