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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남은 자들의 참사 후유증 치료에도 힘써야

등록 2014-04-21 18:43수정 2014-04-21 19:03

세월호 같은 끔찍한 사고를 지켜보고도 온전히 버텨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500명 가까운 탑승객 가운데 사망자가 이미 60명을 넘어섰고, 2백수십명은 며칠째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구조작업이 어설프게 진행되면서 실종자들이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의 불씨는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비극이 우리를 옥죄고 있는 것이다.

사고 가족들은 물론이고 이웃, 나아가 많은 국민이 심한 충격에 빠지고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의 양상까지 보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상처가 더 커지지 않게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침몰한 세월호에서 구조된 안산 단원고 학생 중에서 현재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이 여럿이라고 한다. 자신들을 이끌어주던 선생님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자기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진료 의사 얘기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났다는 안도감은 잠시인 채 ‘생존자 증후군’ 증세를 보이는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로서는 더 견디기 힘든 상황이 아닐까 싶다. 사망하거나 실종한 학생의 부모와 가족이 입는 정신적·육체적 손상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애지중지 키워온 자식을 날벼락 같은 사고로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교사를 비롯해 일반인들 가운데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의 가족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원고 교감 ㄱ씨는 이 와중에 죄책감 등으로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명(제자들)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이 벅차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극단적 선택을 했다. 어제는 참고인 조사를 받은 기관사 ㅅ씨가 자살을 기도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참사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의 치유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관련 단체,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했으면 좋겠다. 미국의 9·11테러와 일본의 지진 사태 등을 참고할 수도 있을 듯하다. 구조작업으로 경황이 없겠지만 서두르길 바란다. ‘정신적 상처’가 또다른 비극을 낳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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