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직간접 원인을 가리는 전방위 수사가 시작됐다. 사고 현장의 검경합동수사본부에 이어, 세월호 출항지인 인천에서도 검찰 특별수사팀이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관리감독기관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진작 서둘렀어야 할 일이다.
세월호 참사는 선박의 수입, 증축, 안전검사, 운항 감독, 사고 이후 대응 등 단계마다 비리와 불법이 누적돼 빚어진 비극이다. 선원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검경 수사도 단계별로 누가 법과 규정을 어겼는지, 누가 불법을 묵인했는지 낱낱이 따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
수사당국은 먼저 건조된 지 18년 된 낡은 배를 일본에서 들여오고 무리하게 개조한 의혹을 밝혀야 한다. 안전성이 의심되는 폐선을 수입할 수 있었던 것은 2009년 정부가 규제완화를 명분으로 여객선의 선령 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일본 중고선 구입이 새 여객선 구입 비용의 10분의 1이라는 얘기도 있다. 유착을 의심할 만하다.
세월호 증축이 승인된 과정은 더 의아하다. 세월호는 선실 증축으로 무게중심이 51㎝나 높아졌다고 한다. 승무원들은 세월호가 다른 배에 견줘 유독 크게 흔들리거나 기울어지는 일이 잦아 평소에도 불안해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선박의 안전검사 기관인 한국선급은 2013년 초 각종 검사 끝에 세월호의 구조변경을 승인했다. 제대로 검사나 했는지, 위험을 알면서도 눈감은 것인지 따져야 한다.
안전검사도 엉터리였다. 한국선급은 2월 세월호에 대한 정기안전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보름 뒤 인천해경의 특별점검에선 5곳의 ‘불량’이 드러났다. 점검 대상에는 이번 사고에서 피해 확대의 원인이 된 부분도 있다. 청해진해운은 3월 초 해경에 시정됐다는 공문을 보냈지만, 해경도 한국선급도 실제 시정이 이뤄졌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어떤 불법과 묵인의 관행이 있었기에 이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출항 전 검사 역시 눈 감고 아웅이었다. 한국선급의 계산으로는, 증축 후 세월호가 복원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화물 적재 한도는 987t이었다고 한다. 실제 세월호는 그 2배 정도의 화물을 실었다. 세월호는 출항 때 과적된 화물량을 축소 보고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선박운항 점검 기관인 한국해운조합 인천항 운항관리실은 엉터리 출항보고서를 확인하지 않았다. 인천해양항만청은 안개가 자욱한데도 시정주의보를 해제해 세월호만 출항할 수 있도록 해줬다. 원칙과 안전 대신 회사 쪽 편의만 봐주는 관행에 젖은 탓이겠다.
악취를 풍기며 드러나는 이들 비리 의혹을 규명하는 데 성역이 있을 수 없다. 한국선급과 한국해운조합의 이사장은 해양수산부의 전직 관료들이 몇십년째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선사와 이들 기관, 부처 사이에 유착과 봐주기의 비리 사슬은 없었는지 의문이다. 선박운항 감독 책임을 소홀히 한 해경도 수사의 주체가 아니라 수사 대상일 수밖에 없다. 이들 모두의 책임을 단호하게 물어 난맥상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세월호 참사는 다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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