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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애도도 마음껏 못하게 하나

등록 2014-04-28 18:36

세월호 침몰 참사가 준 충격은 희생자·실종자 가족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가슴에 멍을 들였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우리 사회 전체가 심리적 죽음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세월호 참사가 만들어낸 국민적 트라우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한국전쟁과 맞먹는 상흔을 남길 것이라고도 했다. 온 국민이 함께 슬퍼하고 서로 위로하며 이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야 할 때다. 이 나라는 지금 조문객과 상주가 따로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국민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슬픔을 나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

그런데 지금 나오는 말들을 들어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안전행정부가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설치를 어떻게든 미루고 규모도 축소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홍원 총리가 23일 전국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는데도 안전행정부는 26일 밤에야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합동분향소 설치 공문을 보냈다. 늑장대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인데, 안행부는 공문에다 합동분향소 설치 대상 지역에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는 제외하도록 못박았다. 안행부는 17개 광역단체 분향소도 시·도 청사 안에 한 곳씩만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또 소요경비도 지자체 자체예산으로 충당하라고 지시했다.

정부의 이런 지침은 4년 전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내놓은 희생자 분향소 설치 가이드라인과 전혀 딴판이다. 천안함 사건 때 정부는 시민 왕래가 잦은 곳에 마음대로 분향소를 설치하라고 했고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합동분향소 91곳을 비롯해 분향소가 340곳이나 설치됐다. 당시 경기도의 경우 합동분향소가 수원역 광장, 평택역 광장, 의정부역 광장, 포천시청 광장에 마련되기도 했다.

정부의 이런 상반된 대응을 두고, 시민들의 애도 물결을 타고 정부 책임을 묻는 움직임이 커지는 것을 걱정한 탓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가슴에 두 번 못을 박는 일이다. 참사 이후 내내 구조도 수습도 엉망으로 하던 정부가 사건 파장을 줄이는 데만 마음을 쓴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애도 행렬마저 통제하려 한다면 더 큰 비난에 봉착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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