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해운회사 이익단체인 한국선주협회의 돈을 받아 외유성 시찰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선주협회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현재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곳이다. 게다가 이들 국회의원 가운데 여럿이 해운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결의안을 만드는 데 주도적 구실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들이 해운업계의 불법 로비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으레 대형 사고나 사건이 벌어지면, 로비 의혹을 받거나 로비를 실행해 처벌받는 의원들이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전히 잘못된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의원들이 있는 듯해 씁쓸하다.
선주협회의 후원으로 외국에 다녀온 의원들은 2009년 이후 모두 20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대부분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으로 경비 일부 등을 지원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국회 연구모임인 ‘바다와 경제 국회포럼’에 가입한 의원 5명이 지난해 5월 4박5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항만시설을 둘러본 게 대표적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의 경영상의 어려움을 듣고 개선방안을 함께 모색한다는 시찰 목적을 내걸었다.
그리고 10개월이 지난 올해 3월 이들 의원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해양산업 경쟁력 확보 정책 지원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거나 여기에 서명했다. ‘국민경제발전’이란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대체로 해운업계 숙원을 해결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유’와 ‘결의안’ 사이에 뭔가 연결고리가 있을 법하다고 의심할 만하지 않은가. 해당 의원들은 ‘오비이락’의 상황이라며 억울하다고 하겠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이 포럼과 선주협회의 좋은 관계가, 외유 경비 지원과 조찬 모임을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의원들이 관련 업계와 만나서 의견을 듣고 이를 입법활동에 반영하는 것은 되레 권장할 일이다. 그래야 현실을 좀더 잘 반영하고 실효성이 높은 법안과 결의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내가 됐든 국외가 됐든 필요하면 출장을 가고 시찰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오해나 의혹을 받을 만한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경비는 국회 예산과 의원 후원금으로 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출장과 시찰도 내건 목적에 맞게 제대로 해야 한다. 입법에 필요한 일정은 최소한으로 줄인 채 관광 등에 많은 시간을 쓰는 구태가 더는 뉴스가 돼서는 곤란하다. 어찌됐든 검찰이 이들 의원들에 대해서도 수사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해당 의원들도 떳떳하다면 이를 피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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