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과정을 복기해보면 해볼수록 땅을 치고 원통해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억울한 일은 대낮에 두 시간여 동안 배가 침몰하는 것을 뻔히 두 눈으로 지켜보면서 단 한 명의 승객도 구출해내지 못한 점일 것이다. 해난구조의 책임 기관인 해경이 초동 단계부터 줄곧 무능하고 무책임하게 행동한 탓이 크다. 오죽했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9일 안산의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았을 때 한 유족이 대통령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자기 목숨 부지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해경 관계자들을 엄중 문책해달라”고 울분을 토했겠는가.
‘말 잘 듣는’ 학생들이 배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신고체계의 혼선으로 늦게 출동한 해경이 배 밖으로 뛰쳐나온 사람만 건져 올리는 데 허둥대다가 302명의 사망·실종 피해자를 낸 것은 학생들과 해경이 찍은 동영상 등을 통해 익히 알려진 바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경은 배가 완전히 뒤집혀 침몰한 뒤 인명 구조를 위해 분초를 다투는 화급한 시간에도 특정 민간업체의 잠수부를 투입하기 위해 해군 최정예 잠수요원들의 수색을 막았다.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30일 국방부로부터 받은 답변서를 보면, 해군은 세월호가 침몰한 이튿날인 17일 사고 해역 물살이 가장 느린 시간에 최정예 잠수요원인 해난구조대(SSU)와 특수전전단(UDT) 요원을 투입하려고 대기시켰다. 그러나 해경이 민간업체인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를 우선 잠수시켜야 한다며 현장 접근을 통제해 잠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군은 상호간섭 배제를 위해 해경의 통제를 수용했다고 밝혔으나 상식적으로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사고 첫날에도 해경이 하지 못한 하잠색 설치를 해낸 최정예 해군 요원의 투입을 민간업체인 언딘에 우선권을 주기 위해 막았다는 것인데, 급박한 상황에 비해 너무 한가한 조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해경은 해군의 특수요원뿐 아니라 구조를 위해 자원해온 민간 잠수부들의 접근도 차단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겠다는 생각보다 선사와 구난계약을 맺고 있는 언딘의 독점적 이해를 보장해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감사원이 해경을 비롯해 이번 참사와 관련한 정부 기관에 대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고 하니, 언딘과 관련한 특혜 시비도 확실하게 파헤치기 바란다.
이번 기회에 민간업체를 해난구호에 투입하는 이른바 ‘해난구조의 민영화’ 정책이 타당한지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언딘이 이번처럼 합동구조팀에 들어오게 된 것은 2012년 8월 전면 개정된 수난구호법에서 “수난구호 협력기관 및 수난구호 민간단체와 협조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해경의 능력만으로 안 되니 민간업체를 활용하겠다는 취지인 듯한데, 화재가 났을 때도 구조를 민간업체에 맡기겠다는 발상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해경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결과가 모든 걸 말해준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해경인지를 묻는 데서부터 다시 시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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