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2일 야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난과 분노를 부채질하는 것은 참으로 비겁한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만 비난하면 할 일을 다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세월호 침몰 사고를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면 반드시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등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념하는 노란 리본에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 안의 이른바 ‘친박 핵심’들의 이런 언행은 여권 핵심부의 인식과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바로 지방선거와 박 대통령의 안위다. 홍 사무총장은 야당을 향해 ‘선거 이용’ 운운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이 온통 선거뿐임을 잘 보여준다. 그는 단지 야당뿐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정치적으로 불순한 동기가 있다고 여기고 있음에 분명하다. 윤 의원이 노란 리본을 거부한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노란 리본이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정치적인 프리즘을 통해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정당이 선거에 신경을 쓰는 것을 나무랄 일은 못 된다. 문제는 접근방식의 번지수가 틀렸다는 점이다. 세월호 사건은 여권이 싫다고 해서 정치적 쟁점이 되지 않고, 피하고 싶다고 해서 비켜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현 정부가 이번 사건에서 책임과 의무를 다했는지를 따져보고, 근본적으로 지금의 여당이 국가운영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집단인지를 엄밀히 가려 표로 판정을 내리는 게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정치의 본모습이다. 이런 과정 없이 국가의 앞날과 국민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선거는 무의미하다.
세월호 사건 이후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과 분노는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폭락한 것과 동시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 역시 하락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야당도 결코 국민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뜻한다. 그렇지만 역시 지금의 국면에서 국민의 정치적 불신감을 불식시켜야 할 더 큰 책임은 여권에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국민의 안위보다도 대통령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빗나간 충성심, 정부에 대한 비판과 분노를 무조건 사시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왜곡된 현실인식에 사로잡혀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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