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세월호의 실제 주인인 유병언씨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높이고 있다. 유씨의 측근들과 청해진해운 등 관련 회사 임직원들이 잇따라 소환되고 구속된다. 이들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하다. 청해진해운과 유씨 일가는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만든 혐의가 있다. 기름값을 줄이고 화물수입을 늘리기 위해 배를 개조하고 선박 복원력 유지의 생명인 평형수를 빼낸 만큼 화물을 과적해 결국 배를 전복시킨 청해진해운의 잘못은 엄중하다. 그런 경영방침은 실소유주인 유씨에게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렇게 짜낸 돈이 유씨 일가에게 돌아갔다니 그 책임 또한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적 처벌은 물론, 희생자들과 유족을 위로할 책임도 함께 지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 수사의 대상이 이들만은 아닐 터이다. 세월호 침몰에는 선사 말고도 이들의 불법과 편법을 눈감아준 감독당국과 관련 기관의 잘못이 있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도 이 때문이겠다. 더 중요한 수사 대상은 선박 침몰이 300여명의 사망·실종이라는 대참사로 이어진 이유다. 침몰의 원인이 선사를 둘러싼 구조적 비리에 있다면, 참사로 번진 원인은 구조 실패 등 초동대응 잘못에 있다. 그 책임은 승객 구호 의무를 내팽개치고 도망친 선장과 선원들 말고도, 생존자 구조가 가능했던 초기 ‘골든타임’ 동안 대응을 잘못한 해경 등 정부 기관이 져야 한다.
해경은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어설픈 대응으로 일관했다. 운항안전을 지켜야 할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는 위험 징후는 물론 세월호의 움직임조차 놓치고 있었다. 목포해경 상황실은 승객의 신고를 받고도 우왕좌왕해 신속한 구조인력 배치에 실패했다. 신고 30여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한 해경 구조정은 배 안의 승객들을 탈출시키려 하기는커녕 다른 승객이 배 안의 학생들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거나 배 주변을 맴돌기만 했다. 선내 인명구조를 맡을 해경 특공대는 이동할 헬기가 없어 배가 침몰한 지 한 시간여 뒤에야 도착했다. 시급한 구조가 절실한 침몰 직후에도 해경은 민간업체인 ‘언딘’이 먼저 구조해야 한다며 해군의 수중구조 최정예요원과 민간 잠수부들의 현장 투입을 통제했다. 하나같이 억장이 무너질 일들이다. 그 과정의 잘못과 책임을 낱낱이 규명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민간업체와의 유착에 다른 배경이 있거나, 잘못을 숨기고 왜곡한 흔적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세월호를 침몰시킨 해운업계의 구조적 비리는 채 없애지 못한 과거의 적폐일 수 있다. 초동대응에 실패하고 혼란과 무능만 드러낸 정부의 재난관리체계는 지금 당장의 잘못이다. 정부의 잘못된 대응 대신 유씨 일가 수사에만 열을 올리는 듯한 수사로는 이번 사건의 진상과 책임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고, 분노에 찬 국민을 설득할 수도 없다. 검찰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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