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지난 2일 발생한 열차 추돌사고는 낡은 신호·제동장치에 대한 안전점검을 게을리한 탓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경찰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쪽에서 스스로 이런 잠정 조사 결과를 밝혔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듯이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수도권 시민의 발인 지하철의 안전에 비상등이 켜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하철 개통 뒤 40년 가까이 흐르면서 차량과 설비의 노후화로 고장이나 사고가 상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가 발생한 당일 저녁에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에서도 열차가 바퀴의 제동장치 이상으로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승객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수도권 지하철 사고는 5~8호선보다 1~4호선에서 더 잦다. 차량과 설비가 상대적으로 낡은 구간일수록 사고 건수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의 집계를 보면, 현재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코레일 등이 운영하는 수도권 철도 차량 6024대 가운데 14.6%인 881대가 도입한 지 20년이 넘었다. 노후 차량이 7대 중 1대꼴이다.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지하철의 노후화 속도가 빨라지는데도 안전에 대한 정부의 규제나 지하철 운영사들의 예방점검은 오히려 느슨해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2012년 철도안전법을 개정하면서 20년으로 돼 있던 철도차량의 내구연한 제한을 철폐한 게 사고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상왕십리역에서 사고를 낸 두 편의 열차도 각각 24년, 25년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내구연한 제한이 풀리지 않았다면 이미 폐기될 처지였는데 무리하게 운행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것이다. 정부는 내구연한 규정뿐만 아니라 차량 부품 검사 및 안전 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아울러 각 구간의 철도 운영사들도 자체 정비 인력을 줄이고 외주화하며, 차량 점검 주기 또한 더 늘렸다. 정부와 지하철 운영사들이 합작으로 사고의 개연성을 키워온 셈이다. 이유는 오로지 지하철의 만성 적자 해소를 위한 경영 효율화다.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는 어찌 보면 예고된 사고다. 또한 앞으로 수도권 지하철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또다른 사고의 징후이기도 하다. 승객 안전을 담보로 사고 위험이 높은 낡은 차량이 계속 달릴 수 있게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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