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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통령이 출마 권유”, 청와대가 밝혀야

등록 2014-05-06 19:16수정 2014-05-06 21:31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뛰어든 배경으로 ‘대통령의 뜻과 권유’를 거듭 거론해 큰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저의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 후보들이 강력하게 비판하며 논란이 커졌지만 김 전 총리는 이튿날 페이스북을 통해 “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박심’을 재차 강조했다.

김황식 후보의 ‘박심’ 관련 발언은 돌출성 말실수와는 거리가 멀다. 문제의 발언은 김 후보의 공식 연설에서 나왔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김 후보가 자필로 쓴 편지였다. 치밀하게 준비하고 면밀하게 기획한 흔적이 짙어 보인다. 이미 출마 직후부터 “김기춘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이런저런 문제에 관해 상의한 적이 있다”고 말해 ‘박심’ 논쟁에 불을 지핀 바 있는 김 후보가 본격적으로 박심을 들고나온 셈이다.

우선 중요한 것은 김 후보 발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김 후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당장 경쟁 후보조차 “대통령은 선거중립에 엄정한 의무를 지고 있다. 대통령이 누구에게 출마를 권유하면 탄핵되는 것을 모르느냐”고 비판하고 나섰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우리 정부에서 선거중립 훼손 사례가 발생할 시에는 절대 용납하지 않고 엄단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몸담았던 한나라당이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한 이유가 바로 선거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김 후보가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대통령의 뜻과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박심’을 팔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김 후보는 당장 후보직을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 대법관과 감사원장, 총리까지 지낸 사람이 표를 얻기 위해 근거가 없는 허무맹랑한 얘기를 지어냈다면 서울시장에 출마할 자격조차 없다.

열쇠는 청와대가 쥐고 있다. 김 후보가 반복해서 대통령의 뜻을 거론하는데도 청와대가 침묵을 지킨다면 세간에서는 김 후보와 박 대통령 사이에 출마와 관련한 내밀한 말들이 오갔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실과 다른 얘기라면 청와대가 전후 사정을 정확하게 밝히면 될 일이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지를 의심케 하는 발언에 대해 굳이 침묵을 지켜야 할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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