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민간택지에 아파트를 지을 때 소형 평수를 일정 비율 이상 갖추도록 한 제도를 정부가 없애려 하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이 다했다는 점 따위를 내세우지만 주택경기를 띄워보려는 데 주목적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조처는 이득보다 손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재고하는 게 필요하다.
현재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 있는 민간택지에 300가구 이상의 민영주택을 지을 경우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을 20% 이상 할당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부동산경기를 활성화한다며 폐지했다가 그 뒤 되살아난 규정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이 의무규정을 다시 올해 하반기부터 없애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는 소형주택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굳이 의무비율을 두지 않아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뒤따르고, 이를 통해 자율적으로 수급조절이 이뤄지리라는 논거를 댄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이는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주택이 단기간에 공급될 수 있는 상품이 아니어서, 수급 불일치가 빚어지고 그 여파로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어서다. 벌써부터 중대형이 크게 느는 대신 소형 공급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걱정하는 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주택업체로서는 대형 평수를 짓는 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소형보다 대형을 지을 때 수익을 올리기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의무비율 폐지는 1~2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와도 거리가 있다. 서울의 경우 1~2인 가구가 지난해 49.9%나 됐고, 2023년에는 57.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가구가 필요로 하는 소형주택이 부족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의무비율 폐지는 공동주택의 ‘소셜믹스’ 기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같은 단지에 다양한 평형의 주택이 들어서 세대·계층간 공존과 조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걱정이 현실이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주택업체들이 대형 평수를 많이 지음으로써 주택경기를 진작할 수 있다는 데에 기대를 건 채 정부가 소형 의무비율 폐지를 밀어붙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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