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8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함으로써 개편된 원내지도부가 출범하게 됐다. 새누리당에선 ‘친박’으로 분류되는 이완구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선명성이 두드러지는 박영선 의원이 새 원내사령탑에 뽑혔다. 두 원내대표는 앞으로 1년 동안 원내 대책을 총괄하며 각각 집권당과 제1야당을 진두지휘한다.
두 원내대표의 어깨에 드리워진 책임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이 대표는 박근혜 정부와 호흡을 맞추며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집권당이 제구실을 하려면 청와대의 결정을 그대로 추인하기만 하는 ‘고무도장’이 돼선 곤란하다. 박 대표에겐 정권의 독주를 견제하면서도 원내 130석 정당에 걸맞은 책임감을 드러내야 할 숙제가 있다. 두 대표는 때로 갈등과 대립이 불가피하겠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생산적으로 풀어내는 정치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당장 세월호 침몰 사고가 여야 새 원내지도부에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이 참사를 계기로 나라를 새롭게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는 시점이다. 두 대표는 파당적 이해를 떠나 국민의 관점에서 문제를 다루며 이전과 달라진 정치의 면모를 선보여야 할 것이다.
4월19일 시작된 이번 임시국회는 5월18일까지만 열 수 있지만, 회기를 바꿔서라도 국회 문을 계속 열어둘 필요가 있다. 사회 구석구석의 적폐를 고스란히 드러낸 이번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회는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과 관련이 있는 상임위가 9개에 이른다고 한다. 지방선거가 목전에 다가왔다고는 하나 이들 상임위에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응어리진 국민의 마음을 풀어줄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사고수습 완전 마무리 이후 국정조사’ 발언은 적잖이 실망스럽다. 수습이 완전히 마무리되는 시점 자체가 몹시 불투명하다. 더구나 ‘수습 이후 진행될 당국의 수사’에도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하니 국정조사를 하지 말자는 얘기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국정조사 범위도 ‘세월호 참사와 지하철 사고 등 모든 안전사고 전반’으로 넓히자고 했는데, 물타기 수법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 여야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세월호 관련 상임위를 열어 일단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할 수 있는 일이다.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형식과 시기, 범위는 차후의 문제다. 국회가 손쉽게 할 수 있는 상임위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아옹다옹 볼썽사납게 싸우는 모습부터 보이는 것은 유족과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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