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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레기’라 욕먹으며 수신료 인상하겠다니

등록 2014-05-08 18:49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중에 새누리당이 <한국방송>(KBS)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으로 국회 상임위에 올렸다. 한선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위원장은 8일 야당 의원들이 수신료 인상안 처리에 반대하며 불참하겠다고 알렸는데도 개회를 강행해 인상안을 단독 상정하고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하는 절차를 20여분 만에 도둑질하듯 끝냈다. 인상안이 가결되면 현행 수신료 2500원이 4000원으로 올라 국민 직접 부담금이 3600억원이나 추가로 발생한다. 이런 중대한 문제를 여야 합의도 없이 새누리당이 날치기로 상정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을 당하여 한국방송이 한 일을 생각하면 수신료 인상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억울한 죽음에 비통해하는 국민을 두 번 우롱하는 짓이다. 한국방송이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시청자의 눈과 귀가 되기는커녕 대통령 심기 경호에만 앞장섰다는 것은 엊그제 한국방송 젊은 기자들 55명이 낸 성명의 내용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대통령의 첫 진도 방문 리포트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모두 없앴다. 오로지 대통령의 목소리, 박수 받는 모습들만 나갔다.” “팽목항에선 케이비에스 로고가 박힌 점퍼를 입는 것조차 두렵다.” “왜 우리 뉴스는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건가.”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은 “침몰하는 케이비에스 저널리즘을 이대로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다”고 외쳤다. 이 성명의 생생한 말에서 젊은 기자들이 참사현장에서 받은 당혹감과 부끄러움이 얼마나 깊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한국방송 고위간부들은 젊은 기자들의 반성 촉구를 “대자보 정치”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한다. 또 사보를 통해 한국방송이 ‘국민의 아픔과 슬픔을 녹였다’고 자화자찬했다. 젊은 기자들이 보도정보시스템에 올린 성명을 기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워버린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방송이 세금처럼 꼬박꼬박 수신료를 받는 것은 국민의 방송으로서 제구실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보면 한국방송은 재난 주관 방송사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기준도 채우지 못한 자격미달 방송이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 책임은 말할 것도 없이 고위간부들에게 있다. 오죽했으면 언론단체들이 8일 기자회견에서 한국방송을 “종박방송”이라고 불렀겠는가. 한국방송이 지금처럼 국가적 재난 중에도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고 정권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비루한 모습을 보이는 한, 국민은 새누리당의 수신료 인상 강행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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