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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영정 안고 청와대로 간 유족 뜻 헤아려야

등록 2014-05-09 19:00수정 2014-05-09 23:22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영정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아이들의 사진을 가슴에 안은 부모들은 8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앞을 거쳐 청와대 앞 길바닥에서 밤을 새웠다. 형언하기 힘든 상처를 입은 유족들이 이렇게 나서야 했다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했을 그 말에 숙연히 귀를 기울이는 게 마땅하다.

유족들은 세월호 침몰을 교통사고에 비교해 폄하했다는 한국방송 보도국장의 해임과 공식 사과를 요구하면서, 실종자의 완벽한 구조와 철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주장했다. 한국방송 문제는 청와대 앞 밤샘 끝에 해결되긴 했다. 유족들을 만나려고도 하지 않던 한국방송 쪽은 뒤늦게 사장이 나와 보도국장의 발언 등을 사과했고, 보도국장도 사퇴했다. 반성과 사과도 청와대의 압박이 있어야 할 수 있다니 한심하다. 그나마 이를 계기로, 공영방송의 구실을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진지한 반성이 따라야 할 것이다.

유족들의 다른 요구는 정부와 청와대가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은 그동안 진도 팽목항에서 황망하고 참혹하게도 아이들이 물속에서 올라오기만 기다려야 했다.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도 가슴에 아이를 묻은 슬픔으로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든 돌아오기만 기다리던 부모들이 이제 왜 우리 아이들이 살아서 구조되지 못했는지, 누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관계 당국의 진상규명 의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조문을 받을 수 없다”며 합동분향소에서 아이의 영정사진을 들고 나온 아버지도 있다. 부모들이 영정사진을 들고 거리에 나선 것은 사건의 엄중함에 눈감고 파장을 덮으려는 듯한 방송 보도와 그 뒤에 숨어 있을 수 있는 권력의 뜻에 항의하기 위한 것일 터이다. “다시는 이런 일 겪지 않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먼저 간 아이들의 한을 풀어주고 그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이라는 유족의 다짐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등의 요구로 구체화됐다. 유족들의 이런 물음과 요구에 제대로 답할 수 있다면 이번 사건의 충격과 상처도 온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절망과 분노의 혼란은 오래 이어질 것이다.

정권이 그 무게를 알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순수 유가족’이란 말을 썼다. 유족과 시민들을 탄압과 분리, 통제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이다. 청와대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면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족들을 두고 ‘정치선동’ 따위 색깔을 덧씌우려는 시도도 있다. 그런 행태는 상처를 덧낼 뿐이다. 지금은 유족의 말, 민심을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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