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여파에 따른 실물 경기의 위축을 막겠다며 여러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민생대책회의에선 재정지출 조기집행 방안 등이 확정됐다. 정부는 휴일인 11일에도 관련 부처 회의를 열어 피해 우려 업종에 대한 자금지원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내수 경기가 자칫 침체할 우려가 있으니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발 빠르게 경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연관시켜 정부 스스로 경제 상황을 비관하며 허겁지겁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통해하며 경제 상황까지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다. 국민적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며 음식숙박, 도소매, 여행, 운수업 등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 대부분 체감경기와 밀접하게 연관된 업종이어서 심리적 파급 영향도 크다. 정부는 소비심리의 위축을 차단하지 않으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경제회복의 불씨마저 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정부의 우려에는 ‘과장’과 ‘비약’이 섞여 있다. 대형 참사가 벌어지면 관련 업종은 일시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국민경제 전체로 봤을 때 해당 업종의 소비는 일시적으로 지연될 뿐 시간이 흐르면 다시 살아난다. 민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그리 크지 않다. 정부가 직간접 피해 우려 업종에 대해 마련한 자금 지원은 다 합쳐봐야 1500억원가량이다. 그것도 모두 대출이다. 경기 흐름을 바꿔놓을 정도의 피해라면 턱도 없는 규모다.
그러면서 정부는 세월호 사고의 직접 피해자에 대한 지원 대책은 미적대고 있다. 피해 규모가 아직 정확히 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지만, 마음만 먹으면 예비비 등으로 얼마든지 집행할 수 있다. 진도와 안산시의 경우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된 마당인데도 어민·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정부의 특별교부금은 지금까지 고작 45억원만 나갔다.
박 대통령은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불안을 해소해야 비로소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정작 더 중요한 것은 그 불안의 뿌리를 따져보는 일이다. 국민은 주거·고용·노후 불안 등에 찌든 상태에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 위험에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까지 겹쳐 집단적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실효성도 없는 ‘경기 활성화’와 민생 대책을 앞세워 문제의 진짜 원인을 어물쩍 덮고 지나가려는 태도는 경제 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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