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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길환영 KBS 사장이 답할 차례다

등록 2014-05-11 19:05수정 2014-05-11 22:35

세월호 참사는 <한국방송>(KBS)의 부끄러운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권이 한국방송을 좌지우지하고, 방송사 안에서 사장이 앞장서 보도를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국방송에 대한 세월호 유가족의 분노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불거져 나온 것이다. 이것이 각종 조사에서 우리나라에서 언론사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크고 신뢰가 높다는 매체의 실상이라니 놀랍고 참담할 뿐이다. 한편으로는 외피는 공영방송이되 실질은 ‘청영방송’(청와대 경영 방송)이라는 본질이 이런 식으로나마 폭로된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세월호 유가족이 영정을 들고 여의도 한국방송사 앞으로, 청와대 정문으로 몰려간 발단은 이 방송의 김시곤 보도국장이 했다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본인은 끝내 부인하고 있지만 그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비교하면 세월호 참사 피해자 수는 많은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게 사실이라면 당연히 유족에게 사과할 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한국방송은 8일 밤 항의차 방송사로 몰려온 유족들에게 김 국장의 발언은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고 사과할 일도 아니라고 버텼다.

사태는 유족이 청와대로 옮겨가면서 달라졌다. 청와대는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유족을 박준우 정무수석과 이정현 홍보수석을 보내 대신 만나게 했고, 청와대 수석들이 유족을 만난 뒤 한국방송의 태도가 급변했다. 김 국장이 사퇴 뜻을 밝혔고, 이어 길환영 사장이 청와대 앞의 유족들에게 달려가 김 국장 발언의 부적절함에 대해 사과하고 사표 수리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의 작용이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반전이다. 실제 박 수석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이런 일이 ‘청와대에서 부탁한 결과’임을 실토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물러가는 김 국장이 자신의 임명권자인 길 사장을 향해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 ‘권력의 눈치만 보고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온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사실이다. 김 국장은 <제이티비시>와의 인터뷰에서 길 사장이 윤창중 사건을 톱뉴스로 하지 못하게 했다는 폭로도 했다. 보도와 관련해 내부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보도국장의 말이라는 점에서 진위를 따질 나위도 없는 일이라고 본다.

길 사장이 들어선 이후 정권 편향의 보도와 제작은 한 손에 꼽기도 힘들다고 하지만, 이번 사실 하나만으로도 길 사장은 더 이상 한국방송의 수장 자리를 지킬 자격도 명분도 없다. 길 사장은 자신이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며 보도에 개입해온 일에 사과하고 즉각 사퇴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청영방송’ 정상화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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