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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현장 출동 경비정만의 책임 아니다

등록 2014-05-12 19:08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해경의 책임을 묻는 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검찰은 참사 당시 해경이 승객들을 구조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있었는데도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펴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형사책임을 묻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검찰이 사고 당시 동영상 등을 분석한 바로는, 해경이 배 안의 승객들을 구조해낼 시간이 적어도 수십분은 있었다. 목포해경 경비정 123정이 현장에 도착한 9시30분께만 해도 세월호는 45도쯤 기운 상태였다. 배 안으로 들어가 승객들을 안내해 나올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배가 62도로 기운 9시45분께에도 밧줄이나 고정물을 잡고 이동할 수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선장과 일부 선원들은 이때 탈출했다. 그런데도 해경은 배 안으로 진입하거나 창문을 깨고 밧줄을 던져넣는 등의 적극적인 구조 활동을 하지 않았다. 승객이 학생들을 구조하는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는 증언까지 있다. 깨진 창문 사이로 배 안을 쳐다만 보고 지나치는 해경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있다고 한다. 할 일을 외면한 탓에 살려낼 수 있었던 생명까지 잃게 했다면 형사처벌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책임을 현장 경비정에만 물을 일은 아니다. 배가 20도로 기울고 119로 첫 신고가 있은 오전 8시52분부터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가 세월호와의 교신을 처음 넘겨받은 9시6분까지, 해경은 사고 직후의 귀중한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진도 관제센터는 세월호의 관제해역 진입도, 급변침도 감지하지 못했다. 이상 징후에 미리 대비했다면 구조는 훨씬 빨리 시작됐을 것이다. 신속하고 적절한 지시를 현장에 내리지 못한 해경 지휘라인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직무유기의 책임은 관제 실패에서부터 구조·수습 과정까지 전면적으로 따져야 한다.

형사책임을 묻는 수사만으로 끝내서도 안 된다. 사고 현장에 먼저 도착한 경비정에는 전문 구조인력이나 특수장비가 전혀 없었다. 선박 침몰 때의 인명구조 훈련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장비와 인력을 갖춘 해경 특수구조단은 부산에만 있는데, 그나마 전용 헬기가 없어 배가 완전히 전복된 오후에야 진도 현장에 도착했다. 다른 구조인력도 구조가 불가능해진 한참 뒤에야 배치됐다. 이러고서 무슨 긴급구조란 말인가. 해상 안전과 구조를 위한 인력배치와 조직 구성, 훈련에 실패한 책임이 어디 있는지 따지고, 지금이라도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추진할 책무가 박근혜 정부에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정부기관의 잘못으로 피해가 커졌음이 분명해진 만큼, 희생자와 유족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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