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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월호 이후에도 변하지 않은 ‘박 대통령 인사’

등록 2014-05-12 19:08

세월호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과연 변화가 있을 것인가. 많은 사람이 궁금하게 지켜보고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의 총체적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인사 문제 등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드러난 청와대 참모진 개편 계획을 보면, 그 답은 ‘변한 게 전혀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박 대통령이 신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내정한 우병우 전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대검 중수1과장으로 재직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주임검사였다. 당시 검찰이 저지른 표적 수사, 피의사실의 무차별적 공표, 인간적 모욕주기 수사 등은 다시 떠올리기조차 끔찍한 악몽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그 많은 사람을 놔두고 하필이면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에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을 자신의 입과 귀 노릇을 하는 비서관에 발탁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 통합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지금의 국가적 슬픔과 비통함을 극복하고 국민의 마음을 한데로 모으는 획기적인 조처가 필요하다는 점은 더 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 스스로 “단합된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뤄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실제 행동에서는 어떤 ‘단합’도 ‘새로움’도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아픈 상처를 들춰내 소금을 뿌리는 잔인함, 국민의 기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오만함이 넘쳐날 뿐이다. 이런 인물을 청와대 참모로 기용하면서 국민의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으길 기대하고 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이중희 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다시 검찰에 복귀할 것이라는 소식 역시 마찬가지다. 애초 청와대는 이 비서관이 청와대로 오면서 ‘편법 파견’ 논란이 일자 “검찰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약속했다. 하지만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모두 휴짓조각이 된 상태에서 후보 시절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해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한 문제는 다시 거론할 힘조차 없다.

이 비서관의 검찰 복직 여부는 법무부의 공식적인 결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 법무부가 ‘원칙과 신뢰’를 지켜 청와대의 요구사항을 거부할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이다. 원칙이 무너지고 편법이 횡행할 때 침몰하는 것은 단지 세월호만이 아니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인사, 편법 인사가 횡행할 때 공직사회의 기강과 국가의 활력 역시 침몰하게 돼 있다. 이러면서 국가 개조를 말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말하는 것은 얼마나 염치없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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