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가 계속 나빠지는 상황에서 6자회담을 재개할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남북한 당국자 및 관영매체의 막말이 새로운 갈등을 만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모두 자숙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고 핵 문제를 풀 방안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가 나라도 아니다’라며 ‘(북한은)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한 것은 어떤 맥락에서 보더라도 잘못이다. 이는 북한이라는 나라를 존재해선 안 될 악으로 보고 힘으로 제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남북 사이의 각종 합의는 물론이고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도 어긋난다. 그는 13일 “북한 전체가 아니라 북한 정권의 행태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렇더라도 의미는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그의 발언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면 대북정책을 그렇게 바꾸겠다는 건지 대통령이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개인의 실언이나 소신을 밝힌 것이라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북쪽도 최근 몇 달 동안 막말의 수위를 높여왔다. 북쪽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지난달 27일 대변인 성명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철부지 계집애’ ‘기생화냥년’ 등으로 비난한 게 대표적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북쪽의 막말은 이미 문제가 되고 있다. 북쪽은 2일과 3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원숭이의 모습을 한 피가 불분명한 잡종’ ‘인간의 초보적인 면모도 갖추지 못한 추물’ 등으로 묘사했다. 미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8일 “추하고 무례하고 역겹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고, 이 일을 계기로 미국 내 대북 강경론은 더 강해지고 있다.
막말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일시적으로 국내 강경 여론을 결집시키는 정치적 효과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오히려 정책 선택의 폭을 좁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 김 대변인은 무인기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다가 북한이라는 나라를 부인하는 발언을 했는데, 이런 식으로는 무인기 사건이 풀리지 않는다. 최근 미국 조사·연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 미국인의 59%가 북한 핵 프로그램을 ‘가장 심각한 국제적 위협’이라고 꼽은 것도 북쪽의 경직된 태도와 관련이 있다.
막말을 쏟아내기는 쉽지만 그 파장은 클 수 있다. 관련국들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상황을 직시하기 바란다.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의 근원에는 북한 핵 문제가 있고, 이를 풀려면 6자회담이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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