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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백혈병 피해’에 대한 삼성의 사과와 과제

등록 2014-05-14 19:02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14일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또 합당한 보상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가 발생한 지 7년이 지나 나온 삼성전자의 사과는 만시지탄이나, 피해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 수 있는 첫걸음을 디뎠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앞으로 반도체 노동자들의 안전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삼성전자의 직업병 피해 논란은, 2007년 기흥공장 반도체라인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뒤부터 본격화했다. 그 뒤에도 비슷한 병을 얻어 앓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가 속출했다. 이에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라는 피해자 대책 모임이 결성돼 삼성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왔다. 그러나 삼성은 함께 일한 직원들인데도 그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외면해왔다. 삼성전자의 국내외 위상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사과는 늦었지만 앞으로의 조처는 신속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중재로 반올림 및 피해자 가족의 요구를 전폭 수용하기로 한 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세로 협상에 나서길 바란다. 특히 보상 및 재발 방지 대책과 관련해, 협상 중재기구 구성안 따위로 피해자 쪽과 다시 지루한 실랑이를 벌인다면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전자 사업장의 산업재해는 삼성전자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 노동자들의 잇단 직업병 발병은 이들이 유해한 화학물질에 그만큼 많이 노출되어 있었다는 방증이다. 안전한 물질로 대체하지 않고 비용절감을 위해 위험물질을 그대로 쓴다는 의혹이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생산공정에 투입되는 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필요한데도, 기업들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근본적인 산업안전은 해당 사업자의 자발적 의지만으로 보장될 수 없다. 산업재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의지와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사람이 아니라 시장의 가치, 국민 안전보다는 기업의 수익성을 앞세운 결과 어떤 비극이 벌어지는지를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반성과 전향적 태도가 빠른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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