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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선장 ‘살인죄 기소’로만 끝내선 안 된다

등록 2014-05-15 18:36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과정이 15일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로 드러났다. 승객 구조를 외면한 세월호 선원 15명이 모두 구속기소되고, 선장 등 4명에게는 살인죄가 적용됐다.

검찰 수사로 확인된 선원들의 당시 행동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비인간적이다. 선장과 선원들은 세월호가 급변침으로 멈춰 기울기 시작하던 4월16일 오전 8시52분께 이미 배가 침몰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9시39분 해경에 가장 먼저 구조되기까지 승객들을 구할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다. 승객 대피를 준비하라는 해상교통관제센터의 교신도 모른체했고, ‘선내 대기’ 말고 추가 조처를 요청하는 객실 승무원들의 무전도 묵살했다. 운항관리규정에는 각자의 구조 임무가 정해져 있었지만, 이들은 조타실과 3층 복도에 사복 차림으로 모여 있다가 자기들만 탈출했다. 승객들에게 위급상황을 알리지도 않았고, 다쳐 쓰러진 조리원 2명을 보고서도 방치했다. 그냥 두면 모두 익사할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자신들의 구조가 뒤로 밀릴까 그랬을 것이다. 승객 구조 의무를 다하기는커녕 되레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승객은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니,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만하다. 검찰이 대형 재난 사고에서 처음으로 살인죄를 적용한 것은 그런 행동을 엄벌해야 한다는 공분에 따른 것이겠다.

그런 책임은 선원들에게만 물을 일이 아니다. 수사 결과를 보면, 세월호는 증축공사로 좌우 불균형이 심화하고 복원성도 약해져 화물 적재 한도가 크게 줄었다. 그런데도 선사는 복원성 유지에 꼭 필요한 평형수 등을 절반 이하로 적게 싣고 그 무게만큼 화물을 더 싣는 수법으로 1년여 동안 30억원의 초과수익을 올렸다. 사건 당일에도 화물을 두 배 가까이 과적했다. 게다가 고정장치도 없이 갑판에 컨테이너를 쌓고 엉성하게 묶어뒀다. 그러고서 버젓이 형식적인 안전점검보고서를 냈다. 이미 두 번이나 선박이 기우는 사고가 있었는데도 그랬다. 금전적 이익을 위해 승객의 안전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다. 그렇게 해서 참사가 벌어져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니, 선사와 선주를 선원들 이상으로 엄하게 처벌하는 게 마땅하다. 해경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침몰현장에서 40분 넘게 적극적인 구조에 나서지 않은 것이 배 안에 갇힌 승객들이 다 희생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때문은 아닌지 따져야 한다. 검찰 수사가 한층 엄정하게 계속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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