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내 편 챙기기’ 인사를 이어가고 있다. 통합보다 친위체제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박효종 전 서울대 교수를 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으로 내정한 게 대표적이다.
박씨는 박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경선캠프 정치발전위원과 대선캠프 정치쇄신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일했다. 하지만 박씨는 방송과 관련한 특별한 전문성은 없다. 방송에 대한 두드러진 견해를 내보인 적도 없다. ‘박효종 방심위원장 카드’는 ‘정략 인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방심위의 생명은 심의의 공정성일 것이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방송통신위와 달리 방심위를 ‘민간독립기구’ 형태로 한 것도 공정한 심의를 담보한다는 명분에서였다. 대선캠프 출신 인사에게서 정치적 독립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청와대의 뜻’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방심위원장 체제에서 공정한 심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더구나 박씨는 이념적으로 극심한 우편향을 보여왔다. 그는 “장기적 결과로 봤을 때 민주주의의 보루를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며 5·16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했다. 뉴라이트 계열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집필에도 참여한 바 있다. 균형감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방심위원장의 극단적 우편향이 방송 심의의 편파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방심위는 이중 잣대와 편파 심의로 지탄받아왔으나 그래도 캠프 출신이 위원장에 기용된 적은 없다. 특히 지금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방송사 안에서 분출하고 있는 판이다. 이런 시점에 청와대가 야당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념적으로 치우친 대선캠프 인사를 방심위원장에 내정한 이유는 자명하다. 방송을 장악하고 정부 비판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일련의 인사에서도 청와대의 친위체제 강화 흐름이 엿보인다. 청와대는 민정비서관에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주임검사를, 국정원 2차장에 공안검사 출신을 임명한 데서 그치지 않았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진에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을 대거 선임했다. 새누리당 사무총장에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윤상현 의원이 임명된 것도 청와대의 여당 장악력을 확대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세월호 이후에도 대통령의 시국 인식에는 별로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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