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철저하게 따지고 비극의 재발을 막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 지난주 곳곳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 범국민진상조사위 구성 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으며, 이를 위한 시민 서명운동도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16일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과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19일 대국민 담화에선 한층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여야도 이미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이번 임시국회에서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의 뜻을 담은 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은 이번 비극을 제대로 성찰하고 그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나라 전체를 새롭게 바꿔나가기 위한 것이다. 몇몇 관련자를 처벌하고, 새 기구나 제도 몇 개 만들고, 경제적 지원을 하는 등 과거 여러 차례 되풀이했던 땜질식 처방으로는 희생자 가족들과 온 국민이 입은 상처를 치유하기는커녕 병을 덧나게 할 뿐이다. 희생자 가족들이 성명에서 밝힌 대로 “치유의 시작은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자기반성이고, 그 완성은 철저한 진상규명”이다. 비극의 재발을 막을 확실한 재난방지시스템도 철저한 진상규명이 있은 다음에야 가능하다. 특별법에는 이런 정신이 담겨야 한다.
그 출발은 범국민적 조사위원회의 구성이다. 세월호 참사는 선원들이나 선사 말고 해경과 정부에도 큰 책임이 있다. 침몰 이후 구조와 수습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 언론에 대한 실망과 불신은 심각할 정도로 커졌다. 국민적 신뢰를 잃은데다 책임의 당사자이기도 한 정부가 진상규명과 수습책 마련의 온전한 주체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이 그 자체로 국민적 치유의 과정이라면, 가장 먼저 그 목소리를 들어야 할 피해자 가족을 비롯한 범국민적 참여는 당연하다.
조사 대상에도 성역과 제한이 없어야 한다. 비극이 배태됐던 참사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전 과정에 걸쳐 하나하나 잘못을 살펴보고 그 책임을 묻거나 고칠 방안을 찾자면,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접근도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이번 참사를 역사적 기록으로 남겨 다시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어설픈 이해득실 계산 대신 허심탄회한 자세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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