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에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의지를 밝혔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끼리끼리 봐주고 눈감아주는 민관유착의 연결고리로 관피아를 찍은 것이다. 하지만 정작 관피아를 양산하는 ‘낙하산’ 인사 관행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래서는 공직사회 개혁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관피아 문제 해결 방안으로 퇴직 공직자에 대한 취업제한 규정의 강화를 제시했다. 취업제한 대상 기관을 대폭 늘리고, 퇴직 후 취업 이력 공시제도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관피아가 발붙일 수 있는 곳의 입구부터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검찰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검찰은 21일 김진태 총장 주재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어 관피아가 연루된 민관유착의 비리 유형을 나눈 뒤 유형별 범죄 정보 수집과 동시다발적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암덩어리’와 같은 존재로 떠올랐다. 실제로 해양수산부나 해양경찰 출신의 공무원이 퇴직 이후에 산하기관에 취업하는 관례는 관리감독의 부실을 야기했고, 결국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이 되었다. 또다른 참사를 예방하려면 관피아를 척결해 민관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러나 공공기관까지 포함한 전체 공직사회 개혁은 관피아 척결로만 안 된다. 공공기관의 관료 낙하산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가 정치권의 낙하산이다. 선거에서 탈락한 여당 출신 정치인이나 권력 실세의 측근, 또는 그 언저리에서 맴돌던 인사들이 보상 차원에서 공공기관 주요 보직을 꿰차고 앉은 경우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바로 이런 낙하산들이 공공기관에 즐비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을 보면,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새로 선임된 공공기관장 153명 가운데 낙하산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사가 75명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관료 출신이 전체의 33.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여당이나 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 출신도 15.6%나 된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1월 “새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헛말이 된 셈이다.
어느 정부에서든 공직사회 개혁과 부패 척결은 힘든 과제다. 특히 국정 최고책임자가 입으로만 개혁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면 더 힘들어진다. 국민의 분노만 쌓일 뿐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